“조작투표 해명해” 프로듀스X101 투표수 조작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3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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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투표 해명해.”

22일 그룹 ‘엑스원’이 참여한 네이버 브이라이브(V앱) 채팅창. 아이돌답게 주로 하트가 난무했지만, 이렇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문구가 자꾸만 반복됐다. 엑스원은 19일 종영한 Mnet 아이돌 선발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 선발한 11명으로 꾸려진 화제의 신생 그룹. 결성 뒤 처음으로 팬과 소통하는 자리였지만, 댓글에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한 제작진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아이오아이와 워너원, 아이즈원 등 시즌3까지 여러 스타를 배출한 ‘프로듀스’ 시리즈가 시청자 반발이 거세지며 존폐 위기까지 맞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약 10%만 데뷔하는 경쟁 과정에서 “투표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크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이전 시리즈도 크고 작은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엔 일부 시청자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실제로 ‘조작’ 근거로 꼽는 대목은 누가 봐도 의문투성이다. 특히 마지막 방송에서 공개한 1~20위의 득표수가 문제였다. 이날 1위 김요한과 2위 김우석의 표차는 2만9978표였다. 그런데 3위와 4위, 6위와 7위, 7위와 8위, 10위와 11위도 정확히 2만9978표 차이가 났다. 다른 구간에서도 11만9911표와 7494표 차이가 반복됐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우연의 일치라 볼 수 없는 (투표 수) 차이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방송 내내 화제를 모았던 인기 연습생 이진혁과 김민규가 선발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팬들은 “사전에 최종 멤버를 정해놓고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최종 투표수를 구성하는 사전 온라인 투표와 생방송 문자투표의 세부 점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Mnet 관계자는 “투표 결과를 조작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면서도 “지금 공개해봤자 오히려 반발만 부추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공개를 꺼리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이번 투표 결과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온라인이나 문자 투표는 대행업체를 통해 받은 결과를 작가들이 관리한다. 오디션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있는 한 지상파 PD는 “시청자들은 투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며 “조작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투표는 순위, 득표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듀스…’는 홈페이지에 전체 득표수만 공개하고 상세 정보를 게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진상규명위원회’까지 만든 팬들은 제작진들을 사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형사 고소 및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서울 마포구에 있는 CJ ENM 사옥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도 검토하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한 한 팬은 “엑스원이 ‘조작 그룹’이란 오명을 벗고 떳떳하게 활동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의혹을 속 시원히 해명하고 제대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그간 화제성만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방영한 ‘프로듀스48’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팬들이 그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에게 추첨을 통해 비행기왕복권 같은 고가의 선물을 지급한다고 홍보해 논란이 됐다. 중국 한 온라인쇼핑몰에선 투표가 가능한 아이디(ID)를 개당 10위안(약 1711원)에 거래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듀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당선과 탈락의 구조라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는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신뢰를 결정지을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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