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월드 큰 손은 떠났지만… 기술 혁신은 빛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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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월드 2019’를 가다

2019년 스위스 시계·보석박람회 바젤월드의 참가 브랜드 수는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지만 기술적 혁신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스위스 시계·보석박람회 바젤월드의 참가 브랜드 수는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지만 기술적 혁신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중순부터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의 숙박료는 평소의 대여섯 배 이상 올랐다. 한산했던 중앙역 주변에는 ‘환영한다(WELCOME)’는 메시지가 붙었고 거리 곳곳에 ‘바젤월드(Baselworld)’라고 적힌 파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듬성듬성 자리가 찼던 1번과 2번 트램(중앙역에서 전시장으로 가는 트램)은 거의 매번 ‘만원’이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젤의 날씨는 화창했다.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했던 한국을 떠올리니 행사장 안보다 밖에 머물고 싶을 정도로 좋은 날씨였지만, 막 베일을 벗은 ‘신상’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늘어난 기술적 혁신

롤렉스 요트마스터 42㎜
롤렉스 요트마스터 42㎜
올해 바젤월드는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바젤월드 2019’의 첫인상은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행사장과 도보로 3, 4분 떨어져 있던 프레스룸(기자실)이 전시장 한가운데로 옮겨졌다. 참여 브랜드의 부스 크기도 전보다 눈에 띄게 넓어졌고 일부 브랜드는 별도의 레스토랑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방문객이나 미디어 관계자 입장에선 박람회를 만끽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이런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스와치그룹’의 불참이었다. 스와치그룹은 박람회 투입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바젤월드를 떠났다. 블랑팡, 브레게, 오메가 등 수많은 브랜드를 거느린 바젤월드의 큰손 스와치그룹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바젤월드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참여 브랜드가 줄면서 흥행도 평소보단 덜했다. 바젤월드에 따르면 520개 브랜드가 참여한 ‘바젤월드 2019’ 관람객 수는 총 8만1200명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위블로 빅뱅 유니코 상블루2 킹골드
위블로 빅뱅 유니코 상블루2 킹골드
지난해보다 행사 규모가 줄었지만 그 빈자리를 참여 브랜드들이 기술적 혁신을 선보이면서 메워줬다. 불가리는 2019 바젤월드에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크로노그래프(1초 이하의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 워치인 ‘옥토피니시모 크로노그래프GMT 오토매틱’을 선보였다. 무브먼트 두께는 3.3mm에 불과하다. 주얼리 브랜드로 잘 알려진 불가리는 다른 정통 시계 브랜드에 비하면 후발주자지만 기술적 혁신에 있어선 놀라울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설을 기리다

올해 바젤에는 ‘옛 전설’을 기리는 특별한 제품들이 유독 많았다. ‘프리미에르’ 등 과거 인기제품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브라이틀링은 이번 바젤월드에서 1959년 선보였던 초기 내비타이머 크로노그래프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복각판 모델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옛 모델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수준에 그쳤던 것과 달리 디자인은 물론 직경 크기까지 40.9mm로 옛 모델과 거의 비슷했다. 제니스는 1969년 출시한 크로노그래프 워치인 ‘엘 프리메로’ 50주년을 기념한 제품을 내놓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상징적 의미가 있는 옛 다이버워치 복각 모델을 선보였던 세이코는 올해도 같은 행보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1969년 출시해 ‘쿼츠파동’을 일으키며 업계를 뒤흔든 ‘쿼츠 아스트론’을 50년 만에 불러냈다. 꾸준한 투자와 기술적 혁신으로 이제는 전통 시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샤넬은 ‘J12’ 20주년 기념 모델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케이스백(시계 뒷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무브먼트(동력장치)는 워치 브랜드 샤넬의 혁신과 성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1959 리에디션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1959 리에디션

럭셔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파텍필립은 이번 바젤에서 ‘노틸러스 애뉴얼 캘린더’, 출시 20주년을 맞은 아쿠아넛의 신제품 등을 공개했다. 다이얼(시계 전면)에 세계지도를 새겨놓은 일부 리미티드 제품은 현장에서도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많지는 않지만 바젤에서 매년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롤렉스는 올해 요트마스터 컬렉션 최초로 직경 42mm 제품을 내놓았다. 기대를 모았던 롤렉스의 인기 모델 ‘서브마리너’ 신형은 출시되지 않았다. 롤렉스의 창립자 한스 빌스도르프가 세워 ‘롤렉스의 동생’이라는 별명을 가진 튜더는 ‘블랙베이 P01’ 복각 모델과 브론즈 새 모델을 선보였다.

매년 3월 열렸던 바젤월드는 내년에는 4월 30일에 개막해 5월 5일 막을 내린다. 이에 앞서 4월 26일부터 29일까지는 스위스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가 열릴 예정이다. 비슷한 기간 연달아 열리는 시계박람회가 줄어든 보석·시계박람회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젤(스위스)=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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