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도 ‘낳은 情 기른 情’ 있지 않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03시 00분


이순원 작가 ‘오목눈이의…’ 출간, 뱁새-뻐꾸기 관계 담은 우화소설

이순원 작가는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자란 경험이 이번 소설의 토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해냄 제공
이순원 작가는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자란 경험이 이번 소설의 토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해냄 제공
“모성, 생명, 자연의 소중함과 입양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순원 작가(62)가 신작 장편소설 ‘오목눈이의 사랑’(해냄·1만4800원)을 펴냈다. 뱁새로 알려진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뻐꾸기의 기묘한 관계를 인간사에 빗댄 우화 소설이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4일 만난 이 작가는 “강원도 산골에서 자랐는데 당시 새집을 많이도 뒤졌다”며 “할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오랜만에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고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했다.

뻐꾸기는 뱁새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뱁새는 제 몸집보다 열 배나 큰 뻐꾸기 새끼의 부리 깊숙이 먹이를 찔러 넣는다. 제 알이 아니라는 걸 알아챈 뱁새들은 뻐꾸기 알을 쪼아버리지만, 열에 둘은 날갯짓을 익힐 때까지 뱁새 어미에게 몸을 의탁한다. 이 작가는 “뻐꾸기는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1만4000km를 날아 뱁새 둥지에 알을 낳는다”며 “둥지를 떠난 뻐꾸기를 찾아가는 뱁새의 여정을 그리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고 했다.

‘오목눈이의 사랑’ 애니메이션 이미지.
‘오목눈이의 사랑’ 애니메이션 이미지.
“뻐꾸기는 뱁새를 속여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크기 12cm, 무게 10g의 가녀린 뱁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뻐꾸기가 얄밉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인간이 모르는 어떠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생모와 양모, 낳은 정과 기른 정 같은 것들요.”

주인공인 뱁새 육분이는 사랑으로 키운 앵두가 떠나자 깊은 비감에 빠져든다. ‘보다 큰 알을 품고 싶은 자신의 욕심에 속은 건 아닌지. 뻐꾸기는 무슨 사연으로 여기까지 날아와 우리 둥지에 알을 낳는지. 앵두는 무사한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원망, 그리움, 사무침에 육분이는 앵두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다.

“앵두의 생모는 아프리카로 가던 길에 목숨을 잃고 말아요. 무책임해 보이는 뻐꾸기도 자연 속에서 따라야 할 나름의 법칙이 있었던 거죠. 낙태나 입양에도 숱한 사연들이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생명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겁니다.”

이 소설은 애니메이션 제작도 추진 중이다. 이정근 드림리퍼블릭 대표는 “몸집이 작은 새가 위험천만한 모험을 겪는 여정이 어드벤처 소재로 적합하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순원#오목눈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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