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3·1운동 계기로 우리 역사와 한 몸돼 한반도 평화-통일 위해 균형 잡힌 시각 가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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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과 기독교]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 인터뷰

교회 앞 ‘磐石(반석)’이라고 새겨진 머릿돌 앞에 선 지형은 목사. 2010년 새 교회가 들어서자 남한산성 행궁에 있는 비의 글자를 탁본해 새긴 것이다. 그는 “기독교는 3·1운동을 통해 이 땅과 운명공동체가 됐다”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교회 앞 ‘磐石(반석)’이라고 새겨진 머릿돌 앞에 선 지형은 목사. 2010년 새 교회가 들어서자 남한산성 행궁에 있는 비의 글자를 탁본해 새긴 것이다. 그는 “기독교는 3·1운동을 통해 이 땅과 운명공동체가 됐다”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1운동 100주년은 한국 기독교사(史)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3·1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교회는 일제의 거센 탄압을 받았다. 하지만 외국 선교사에 의해 전래된 기독교는 그 고난의 가시밭길 끝에 민족과 함께하는 교회로 다시 태어났다.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성락성결교회에서 지형은 목사(59)를 만났다. 독일 보쿰대에서 교회·교리사를 전공해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독일 통일의 현장을 지켜본 목회자로 대북지원과 교류에 힘써온 ‘남북나눔운동’ 이사장을 맡고 있다.

―100주년 3·1절을 맞는 소감은….

“3·1운동 당시 1800만 인구 중 기독교 신자는 20만 명 정도였다. 소수였지만 온몸을 던져 민족과 사회를 끌고 갔는데 훨씬 교세가 커진 우리 교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나 의문이 들어 안타깝다.”

―기독교사에서 3·1운동의 의미는….

“기독교적 관점의 과대평가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팩트로 봐도 교회 역할은 컸다. 천도교 손병희, 불교의 만해 한용운 선생 같은 출중한 지도자도 계셨지만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다. 조선에서 거의 유일한 전국적 네트워크인 교회가 3·1운동의 거점이 됐다. 불교와 유교의 토착화에 수백, 수천 년이 걸렸는데 기독교는 3·1운동을 계기로 30여 년 만에 이 역사와 한 몸으로 직조됐다. 이 땅과 운명 공동체가 됐다.”

―반면, 신사참배는 교회의 큰 수치라는 평가다.

“3·1운동의 중심이 기독교였기 때문에 일제는 교회를 철저히 탄압했다. 1937년 본격화한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대해 교회의 대응은 크게 두 방향이었다. 신사참배를 강요하지 말아 달라는 청원 운동과 순교하더라도 신사참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회가 그냥 고개를 숙인 것만은 아니다. 대략 통계를 보면 200개 교회가 폐쇄됐고 2000여 명이 투옥됐다. 주기철 목사를 비롯한 순교자도 50여 명에 이른다.”

―3·1운동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가.

“3·1운동을 계기로 왕국(王國)에서 민국(民國), 국민의 나라라는 의식이 생겨났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은 상상 이상으로 국제 관계에 밝았다. 당시 세계의 80%가 식민 지배를 받는 상태였기에 우리 지도자들은 동양 평화를 통한 세계의 평화를 얘기한 것이다. 교회적 관점에서 보면 3·1운동을 계기로 고난을 견뎌내는 ‘결’이 생겨났다.”

―현재의 교회가 반성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까지는 먼 여정이다. 한국 교회가 이 상황을 꿰뚫어볼 수 있는 균형 잡힌 시각이 있는지 의문이다. 한동안 일부 교회의 통일 기도는 ‘38선이 무너지고 김일성 집단이 붕괴하고∼’라는 식의 북진 통일론이었다. 100년 전 국제관계 속에서 동양과 세계평화에 대한 지평을 가진 과거 지도자들보다 훨씬 떨어지는 의식 수준이다.”

―남북나눔운동 이사장으로 현재 진행 중인 대북 교류사업을 밝혀 달라.

“전임 이사장인 홍정길 목사님 등 선배들의 지론처럼 통일 문제는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해야 한다. 그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지난해 10월 58개 단체로 구성된 ‘북민협’을 통해 밀가루 5000t을 보냈다. 그중 남북나눔이 320t 정도를 부담했다. 특히 황해도 천덕리에서 진행 중인 농촌시범마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800채 중 400채를 지었는데 천안함 사건이후 중단됐다. 북한이 평양과 일부 특구를 빼면 시골 지역을 개방한 전례가 없다. 단순히 주거환경 개선을 넘어 자립, 상생, 친환경의 표본이 될 수 있도록 북한 측과 협력하고 있다.”

―독일 유학 당시 통독 현장을 지켜봤다. 남북교류와 통일운동의 원칙이 있다면….

“사람이 만나야 한다, 절대로 성급하면 안 된다, 길게 봐야 한다, 이런 원칙들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사람이 만나고 교류한 독일에서조차 ‘오시 베시 (ossi wessi·동독 것들 서독 것들)’ 같은 불편한 말이 생기더라.”

―좀 더 구체적으로?

“경제력에서 앞서는 우리가 칼자루를 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쪽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통독 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베를린 원탁회의를 주도한 크레첼 목사도 ‘동독 쪽 얘기를 많이 듣지 않았다’라며 반성하더라. 기 싸움에서 밀리는 게 아니라 충분히 들어야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 3·1운동 100주년 예배 ‘결단의 기도문’ ▼

말씀삶공동체를 추구하는 성락성결교회는 3일 3·1운동 100주년 예배를 갖는다. 이 예배에 사용될 ‘결단의 기도문’을 소개한다. 다른 교회도 참고할 수 있어 원문을 살렸다.

◇인도자

인류 역사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섭리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오늘 우리는 삼일운동 100주년 예배를 드리며 여기 주님의 임재와 현존 앞에 서 있습니다.

◇회중

당신의 거룩한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어 자유로운 의지와 인격적인 결단의 선물을 주셨으니 감사드립니다.

◇인도자

모든 민족 모든 사람이 그들이 사는 역사와 사회의 시공간에서 사랑과 평화를 가꾸며 살라고 명하시니 감사드리며 찬양을 올립니다.

◇회중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으로 모든 사람을 구원의 자리로 초대하시는 이 크신 은혜에 가없는 감사를 드리며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인도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산상설교에서 가르쳐주신 대로 창조와 구원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하늘 아버지라 부르며 간구합니다. 100년 전 이 땅 한반도에 3·1운동을 허락하시어 비폭력 평화의 고결한 뜻을 우리 역사와 사회의 한가운데로 흐르게 하시어 다음과 같은 은혜를 주심을 감사합니다.

성락성결교회 주일 예배.
성락성결교회 주일 예배.
◇모두 함께

―남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자신을 성찰하여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추구하게 하셨습니다.

―과거의 회한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의 희망을 열며 앞으로 걸어갈 역사를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우리 민족만의 이익을 구하지 않고 동양의 평화와 세계의 번영을 염원하며 인류 공영의 전망을 갖게 하셨습니다.

―우리 민족과 기독교 신앙이 뗄 수 없이 연결되고 자유민주주의 의식의 토대가 놓이게 하셨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구체적인 삶과 세계의 현실에서 펼쳐지도록 하나님의 나라를 갈망하게 하셨습니다.

◇인도자

하늘 아버지, 우리는 백 년 전에 주신 은혜에 터하여(기초하여) 오늘의 우리를 성찰하며 이렇게 회개하고 간구합니다.

◇회중

남북분단과 분단 상황을 이용하여 권력을 추구한 우리 죄를 회개하오니, 한반도에서 평화의 길이 넓어지며 점진적이고 평화적이고 복음적인 통일이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남자들: 물질의 풍요로움을 추구하여 맘몬의 우상에 빠지며 효율성에 종속되어 기술의 우상에 매인 우리 죄를 회개하오니, 하나님께 올리는 예배와 이웃과 주변 나라의 사람들을 사랑하게 하옵소서.

―여자들: 무분별한 물량적 교회 성장주의에 매몰되어 개(皆)교회주의와 교파주의로 얼룩진 한국 교회의 죄를 회개하오니, 그리스도의 몸인 공교회성이 회복되어 사회와 역사에서 아버지의 뜻을 이루게 하옵소서.

◇회중

인간의 이기심으로 망가져가는 지구환경의 위기를 우리 모두의 죄로 끌어안고 회개하오니, 생태적 지구환경의 회복을 위해 그리스도인과 모든 헌신적인 사람들이 손잡고 일하게 하옵소서.

◇모두 함께

하늘 아버지, 우리는 성경의 약속대로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우리 삶이 도상의 존재임을 고백합니다. 주님께서 한반도에 주신 삼일정신의 고귀한 뜻이 오늘날의 세계에 강처럼 흐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3.1운동 100주년과 기독교#지형은 목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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