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신들린 콘의 연주, 파가니니가 살아난 듯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8일 05시 45분


15일 개막하는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주인공 파가니니 역할을 맡은 국내 첫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콘의 연주모습. 액터뮤지션인 콘은 무대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파가니니의 난이도 높은 곡들을 실제로 연주한다. 사진제공|아이엠엔터테인먼트
15일 개막하는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주인공 파가니니 역할을 맡은 국내 첫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콘의 연주모습. 액터뮤지션인 콘은 무대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파가니니의 난이도 높은 곡들을 실제로 연주한다. 사진제공|아이엠엔터테인먼트
■ 뮤지컬 파가니니 주인공 KoN

국내 최초·유일 집시 음악 바이올리니스트
‘악마의 연주자’ 파가니니 곡 실제로 연주
“꽉 찬 객석보고 공연 준비 생각나 울었죠”

현란한 기교, 화려한 음색, 록 스타를 방불케 하는 연주 퍼포먼스.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콘(KoN·본명 이일근)을 따라다니는 태그들이다. 어둠을 가르는 조명 아래에서 190 가까운 장신의 몸을 뒤로 꺾으며 마치 한 자루 검을 긋듯 격렬하게 보잉하는 그의 연주모습은 가히 집시음악계의 파가니니처럼 보일 지경이다.

아닌 게 아니라, 콘은 요즘 파가니니로 살고 있다.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콘은 주인공 파가니니를 맡았다. 창작 뮤지컬인 이 작품은 서울 공연에 앞서 지난해 12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고, 첫날부터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첫공(첫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꽉 찬 객석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내가 우니 다른 배우들도 다 울더라.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모두 똘똘 뭉쳐서 정말 많이 노력하고, 고생했다. 서울 첫공 때는 안 울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형과 함께 피아노를 배우다 여섯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들었다. 취미로 하던 바이올린으로 서울예고에 진학하면서 “이게 내 길인가 보다”했고, 이후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음악학)를 마쳤다.

“평소 가요도 안 들었다”던 그였지만 대학에 들어가 알바를 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게 됐다. 홍대 녹음실에서 만난 한 외국인이 “내 친구도 바이올리니스트”라며 들려준 음악에 충격을 받았으니, 바로 집시음악이었던 것.

“이토록 후련하고 매력적인 음악을 나도 해보고 싶었다”는 콘은 이후 집시음악을 연주하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

파가니니 역에 콘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대다수가 수긍했다. 무대 위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연주까지 해내야 하는 액터뮤지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몇 마디 정도만 죽도록 연습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파가니니가 작곡한 곡들을 연주해야 하는 것이다.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콘은 ‘24개의 카프리스’, ‘라 캄파넬라’ 등을 실제로 연주한다. 이 곡들은 콘이 예고, 대학생 시절에 연주했던 곡들이기도 하다.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콘은 “오랜만에 파가니니 곡들을 연습하면서 클래시컬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1782년에 태어나 1840년에 죽은 파가니니는 연주의 거장에게만 붙여지는 ‘비르투오소’의 원조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너무나도 뛰어난 기량으로 인해(기인풍의 외모도 한몫했다) ‘악마가 씌었다’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야 했다. 그가 사망했을 때 조종은 울리다 멈췄고, 그의 유언대로 교회 묘지에 안장되기까지는 무려 40년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집시의 뜨거운 음악을 활 위에 얹는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작곡가, 모델, 배우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콘. “지금은 잘 하고 있지만 나는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살고, 10년 후에도 콘이란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고 했다.

나도 막 궁금하다. 10년 뒤. 욕심 많고 호기심 많은 콘은 저 외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하고 있을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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