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詩 읽어보세요, 인생의 지혜 담겨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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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집 ‘한국 현대시’낸 이태동 교수

“시는 인간의 깊이 있는 경험과 지혜의 결정체입니다. 시를 통해 삶에 대해 배우고 깨치게 되죠.”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79·사진)는 비평집 ‘한국 현대시의 전통과 변혁’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29일 이렇게 말했다.

한용운에서 문태준까지 현대시를 분석한 책으로, 김소월 유치환 서정주 이상을 비롯해 정현종 김승희 황지우 등 29명의 작품을 다각도로 해석했다.

이 교수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을 그리움의 대상이자 에로스로 구체화된 생명력으로도 봤다. 배경이 가을인 건 이별의 계절이지만 남겨둔 씨앗들과 함께 미래의 만남을 약속하는 시간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김수영이 ‘풀’이라는 탁월한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건 그 자신이 모더니즘의 선구자였음에도 모더니즘의 억압에서 벗어나 집단적인 사랑의 결속과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남다른 애정의 눈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이 교수가 10년 이상 퇴고를 거듭하며 공들여 쓴 원고를 모아 엮은 것이다.

“제 나름대로 정수만 모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와 명작 사이에 놓인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거든요.”

최근 몇 년 사이 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문단을 둘러싼 성 추문으로 열기가 주춤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차츰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시는 없어질 수가 없어요. 삶과 음악, 얼이 담겨 있으니까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해도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는 문학에 대한 갈망과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네 인생살이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겠지만, 시 역시 생명을 꾸준히 이어갈 겁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비평집 한국 현대시의 전통과 변혁#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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