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캐릭터도 ‘제 몸에 맞는 옷’으로 소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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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아버지가 이상해’ 이유리

뒤늦게 인기를 얻은 배우 이유리는 최근 TV 드라마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며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 악녀’라는 별명을 안겨준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첫번째 사진), ‘폭탄주 제조’로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슈퍼대디 열’의 차미래(두번째 사진), KBS2 주말극 ‘아빠가 너무해’의 골드미스 캐릭터 변혜영. 동아일보DB·KBS2 TV 화면 캡처
뒤늦게 인기를 얻은 배우 이유리는 최근 TV 드라마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며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 악녀’라는 별명을 안겨준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첫번째 사진), ‘폭탄주 제조’로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슈퍼대디 열’의 차미래(두번째 사진), KBS2 주말극 ‘아빠가 너무해’의 골드미스 캐릭터 변혜영. 동아일보DB·KBS2 TV 화면 캡처
주말 ‘안방극장의 여왕’으로 불리는 배우 이유리(37)가 또 한 번 ‘전성기’라는 날개를 달았다. 현재 방영 중인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도도하면서도 ‘허당끼’ 있는 반전 매력을 지닌 변호사 변혜영 역을 통해서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인 혜영은 귀여우면서도 까칠한, 전형적인 도시 여성 캐릭터다. 까칠하지만 자기애가 강한 모습으로 사랑스러움을 만들어 낸다. 시쳇말로 ‘걸크러시’ 캐릭터랄까. 극중 혜영은 편의점에서 폭탄주인 ‘소맥’ 만들기 등 ‘생활연기’를 선보이며 매회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2년 전 출연했던 tvN ‘슈퍼대디 열’에서 그가 머리를 내려치거나 맥주를 분사해 ‘양폭’(양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20여 잔을 제조하는 장면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유리의 실제 남편이 목사라는 점을 들어 ‘흔한 목사 부인의 폭탄주 제조 실력’이란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탄주 제조 장면을 잇달아 올릴 정도다.


이유리는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배우로 통한다. 2001년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한 그는 당시 신비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여고생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같이 출연한 배우 임수정 등에 비해 주목도는 낮았고, 15년간 조연급으로 주로 착하고 소극적인 여성 캐릭터를 도맡아 왔다. 가두현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는 “2000년대 드라마 여주인공을 보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여배우가 대세였다”며 “이유리처럼 원숙하면서도 개성 있는 마스크는 주연보다는 조연급으로 주로 캐스팅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유리는 데뷔 이후 10여 년간 방송국에서 먼저 찾아주기보단 100여 번의 오디션을 스스로 찾아 치르는 배우였다.

그의 늦깎이 인기는 시대 변화도 한 원인이다. 1990∼2000년대까지는 이영애 김희선 최지우 등 고전미인형 여배우가 대세였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공효진 김고은 박소담 천우희 등 개성파 여배우들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 여주인공의 이미지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개성파 배우인 이유리에게도 주연급 기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2014년 MBC ‘왔다! 장보리’의 악역 연민정을 연기하면서 그는 수시로 핏발이 서고 목이 쉴 정도로 ‘울부짖었다’. 악녀 캐릭터로는 인기를 얻기 쉽지 않지만, 그는 그해 MBC 연기대상까지 차지했다. 이후 악녀 캐릭터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제2의 장서희’라는 애칭도 얻었다.

악녀 캐릭터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과 달리 이유리는 다시 영리한 선택을 했다. 반전이었다. 후속작에선 생활력 강한 푼수 아줌마나 차가운 도시 여성으로 등장해 드라마를 잇달아 히트시켰다.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제 몸에 맞는 옷’으로 소화해 내는 배우로 통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는 다양한 캐릭터와 반전 연기로 20대보다 30대 이후에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 가는 연기자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인생 캐릭터’가 연민정 변혜영 이후에도 계속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이유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배우 이유리#아버지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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