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같은 계단형 아파트 말고 대개 일반주택에 살 때, 그땐 왜 그랬는지 이웃에 괜찮은 소년소녀 한 명씩은 살았더랬다.
12일 서울에서 만난 그룹 스모키의 전 보컬 크리스 노먼. 60대 중반의 그는 눈주름이 자글자글하지만 조금은 청년 같기도 했다. “서른 살밖에 안 된 기분이에요. 여전히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 올라서 그런가 봐요. 게다가 우린 로큰롤 세대잖아요.”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24년간 옆집에 살던 앨리스를 사랑 고백 한번 못하고 떠나보낸 이에 관한 노래, ‘Living Next Door To Alice’로 이름난 영국 그룹 스모키의 원년 보컬 크리스 노먼(66)을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암로에서 만났다.
노먼은 10월 4∼9일 대전, 대구, 여수, 서울을 돌며 다섯 차례 콘서트(070-8887-3471)를 연다. 첫 내한이다. 1964년 결성 때부터 1986년까지 그는 스모키의 목소리였다. ‘Living Next Door…’ ‘I’ll Meet You at Midnight’ ‘What Can I Do’ ‘If You Think You Know How to Love Me’ 같은 히트 곡들을 불렀다. 스모키는 몇 차례 내한했지만 노먼을 비롯한 원년 멤버가 다수 빠졌었다. 1970, 80년대 전축에서 흐르던 바로 그 허스키하고 애절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는 지금껏 없었다.
마침내 마주 앉아 들은 노먼의 목소리는 60대 중반임에도 ‘I’ll Meet You…’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Living Next Door…’ 얘기를 꺼내자 노먼은 뜻밖에 “멤버들은 녹음하기를 주저했던 곡”이라고 했다. “컨트리에 가까워서 스모키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음반사에서 미국 시장 공략용으로 적절하다면서 밀어붙인 거였죠.”
그는 특별히 좋아하는 스모키 노래로 ‘I’ll Meet You…’를 꼽았다. “유럽 시장을 겨냥해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 현악 연주자들을 기용해 녹음했죠. 가사도 파리의 연인 얘기예요. 스튜디오 엔지니어에게 프랑스어 발음을 배워 ‘유니버시티(대학)’를 ‘위니베르시테’로 바꿔 부른 게 기억나네요. 하하.”
노먼은 1986년 스모키를 탈퇴했다. “피트 스펜서(드럼)가 팀을 나간 데다 저는 솔로 가수로 ‘Midnight Lady’를 히트시킨 시점이어서 결단을 해야 했어요.” 이후 그는 홀로 순회공연과 음반 제작을 계속했다. 팀에 다시 합류할 생각은 없을까. “아뇨. 원년 멤버 중 테리 어틀리(베이스)만 남은 지금 스모키는 링고 스타만 있는 비틀스 격이죠. 피트, 테리, 앨런 실슨(기타) 같은 전 멤버들과는 가끔 통화를 하거나 크리스마스카드를 교환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허스키한 목소리는 뜻밖에 후천적이라고 그는 털어놨다. “원래 아주 맑았어요. 어려서 교회 합창단원으로도 활동할 정도로요. 밴드에서 노래하다 보니 자연스레 목이 쉬었어요. 팬들은 이 목소리가 좋다지만 저는 제 팬이 아니에요.(웃음)”
그는 자신의 우상으로 리틀 리처드, 존 레넌, 스티브 메리엇(스몰 페이시스, 험블 파이), 폴 로저스(프리, 배드 컴퍼니)를 꼽았다.
지금은 가족과 아일랜드 해상의 영국령 ‘맨 섬’에 산다는 그는 10월 한국 콘서트에 자신의 밴드를 대동한다. “공연은 꽤 시끄럽기도 할 겁니다. 우리 기타 연주자가 와일드하거든요. 잔잔한 시간도 있죠. ‘Living Next Door…’도 그때 나올 거예요.”
노먼은 곧 스모키와 솔로 시절 히트 곡을 담은 앨범 ‘Chris Norman: The Hits’를 낸다. “제 꿈은 거창할 게 없어요. 음악 만들기와 공연하기, 이 두 가지 일을 평생 계속해 나가는 것입니다. 내년엔 유명 영국 음악가 세 명과 합작을 할 거예요. 쉿. 그들이 누군지는 아직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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