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인종 간 갈등으로 멕시코계 청년들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책세상 제공
미국 필라델피아는 건국 초기 수도이자 독립전쟁을 알리는 ‘자유의 종’이 주조되고 독립선언서가 채택, 낭독된 미국의 대표적 도시였다. 직물과 의류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의 중심지로 ‘세계의 작업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19세기 후반에는 신흥 산업도시에 밀리고 있었고, 이민 증가에 직면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는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한 만국 박람회를 개최해 전기를 만들려 했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필라델피아를 ‘국가의 영광을 투영한 도시’로 인식시키는 게 목표였지만, 오히려 박람회는 잠재된 분열이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계획됐던 여성관이 외국 전시관에 밀려나자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독립선언서 낭독 행사에서 ‘여성 독립선언서’를 뿌리고 낭독했다. 백인으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는 박람회장 내에 흑인 교육자였던 성공회 주교의 동상을 건립하려던 흑인들의 요구를 거부한다. 전시물에서 흑인은 대부분 노예로 표현됐다. 박람회 뒤 필라델피아는 도시를 재정비하는 대규모 건설 사업을 벌였지만 저소득층의 주거권은 무시됐다.
원주민사를 제외하면 유럽인의 이주로 시작되는 미국사는 기본적으로 도시의 건설에서 출발한다. 1607년 미 대륙 최초의 영국 식민지를 건설한 버지니아 컴퍼니도 요새화된 상업거점 건설을 제일 먼저 했다.
책은 영토가 넓어 지역별 차이가 큰 미국의 역사를 도시사를 통해 다양하게 보여준다. 시카고의 인종 갈등, 로스앤젤레스의 아시아 이민과 도시공간의 변화를 비롯해 미국 남부의 발전과 흑백 분리 문제(애틀랜타), 도시 재생의 역사(세인트루이스), 미국 원주민의 공간(앨커트래즈 섬) 등을 다룬다. 자연스럽게 도시 내 공간과 인종 분리 및 차별의 문제가 화두가 된다. 우리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과 마주칠 문제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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