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은 모나리자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크리스틴 카욜, 우훙먀오 지음/전혜영 옮김/352쪽·1만8000원·에쎄
저자는 프랑스인 여성 교육철학자와 중국인 남성 우한대 프랑스어학과 교수. 두 사람 모두 중국에 거주한다. 우 씨는 카욜 씨가 2004년 펴낸 책 ‘보는 것이 예술이다’를 중국어로 번역했다.
카욜 씨는 서문에 “삶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것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썼다. 그가 언급한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것’은 제각기 달리 부여받는 역사와 신앙의 배경,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을 가리킨다.
이 책은 상이한 문화권 태생의 두 사람이 서양의 여러 예술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나눈 대화를 묶었다. 조토 디본도네의 ‘수태고지’(1303년)부터 피카소의 ‘첫 영성체’(1896년)까지, 커다란 미술관을 거닐며 대화하듯 구성했다.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년). 중국인 저자는 “살코기를 늘어놓은 인육시장 같다. 모델의 몸을 해체해 사물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에쎄제공대화체 글은 재미있기 어렵다. 단어마다 중계하듯 옮긴다면 내용의 흐름과 독자의 흥미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장점은 스스로 밝혔듯 “서둘러 어떤 결론을 지으려 애쓰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축소시키지 않은” 데 있다.
때로 아슬아슬하다. “동양인은 스스로 삼간다”는 우 씨의 자화자찬을 카욜 씨가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먼저 나가려 밀치던데 그게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거냐”고 받는다. “성경을 잘 아는 중국인도 수태고지 그림이 성경의 어떤 부분인지 모를 것”이라거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보여주는 고통을 찬미하는 게 신기하다”는 식으로 몰이해와 오만함의 경계를 애매하게 넘나드는 우 씨의 발언은 책장을 넘기며 여러 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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