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자본주의가 인류를 구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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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여명/존 그레이 지음·김승진 옮김/418쪽·1만8000원·이후

한때 어디서나 세계화가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다. 방송 뉴스도, 신문도, 심지어 드라마도 세계화를 찬양했다. 1997년 이른바 ‘세계화 구상’을 발표한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 전도사로 불렸다. 세계화를 거부하는 것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간주됐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의 주역으로 섣부른 세계화가 지목됐다. 세계화가 남긴 여운은 씁쓸했지만 사람들은 금세 더 고상한(?) 단어를 찾아냈다. ‘글로벌’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부터 글로벌 자본주의까지 ‘글로벌’의 위상은 문민정부 때 세계화에 버금간다. 자, 글로벌은 우리에게, 그리고 인류에게 정답인가.

이 책은 ‘아니요’라고 단언한다. 마치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종말론적 묵시록 같다. 저자는 “글로벌 자유주의 경제가 급진적으로 개혁되지 않으면 세계는 정치 격동과 경제 붕괴, 무역전쟁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속성상 아시아 금융위기 등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균열이 중심부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IMF와 같은 초국가기구를 통해 미국식 신자유주의(혹은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를 세계 각국에 이식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해법으로 강조하는 ‘노동시장 유연성’은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일본에 독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아시아 자본주의는 고유의 역사와 사회구조, 가족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초국가 규제기구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해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화는 비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후기에서 “전 지구적 자유방임 시장이 깨지면서 국제적 아나키 상태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가짜 여명#존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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