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에 지친 귀, 편안하게 보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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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 버스커’ 장범준 솔로 2집

‘버스커 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의 작년 공연 모습. 최근 낸 솔로 2집(맨아래 사진)에서 그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음악을 들려준다. 동양적인 동형 반복 멜로디와 떨림이 심한 창법은 통속적이지만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서 도드라진다. CJ E&M 제공
‘버스커 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의 작년 공연 모습. 최근 낸 솔로 2집(맨아래 사진)에서 그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음악을 들려준다. 동양적인 동형 반복 멜로디와 떨림이 심한 창법은 통속적이지만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서 도드라진다. CJ E&M 제공
‘버스커 버스커’의 리더 겸 보컬 장범준(27)이 낸 솔로 2집(3월 25일 발매·버스커 버스커)은 장범준의 핵심을 뽑아 담은 15개의 ‘홍차 티백’ 같다. 순도는 버스커 버스커 1집(2012년) 이후 가장 진하다.

그 핵심이란 ‘벚꽃 엔딩’ ‘여수 밤바다’ ‘꽃송이가’의 버스커 버스커 1집 대표 곡 딱 세 개에 이미 거의 다 담겨 있었다.

장범준은 신파조와 현대적 감성을 동전의 양면처럼 겸비하고 있다. 특유의 떨림이 많은 창법, 민요적인 5음계, 같은 형태를 두세 차례 반복하는 ‘동형 반복’ 선율…. 이런 특징들이 옛 가요 팬을 아우르는 한편 미국의 제이슨 므라즈처럼 단순하면서 ‘쿨’한 감각의 어쿠스틱 팝 편곡은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까지 보듬는다.

전자음 위주의 아이돌 댄스음악, 서구식 R&B로 감정을 증폭시키는 가요 발라드 사이에서 지친 대중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 주는 장범준의 ‘푸른 바다’가 있다.

장범준 2집도 자기복제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 반복되는 한편 음악 전반적으로는 더욱 간결해진 편성이 돋보인다. 신작의 단순 지향주의는, 그래서 영민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신작은 뻔뻔하거나 순진하다. 여기 실린 ‘사랑에 빠졌죠’ ‘떠나야만 해’의 주선율은 절대음(계이름)만 다를 뿐 ‘여수 밤바다’와 똑같다.

음원으로 듣는 것과 CD로 듣는 것은 좀 다른 느낌을 준다. 음반에선 록 성향인 장범준 트리오의 곡들(‘사랑에 빠져요’ ‘애태우는 여자’ ‘홍대와 건대 사이’…)이 1번 CD다. 좀 더 잔잔한 언플러그드 곡들(‘사랑에 빠졌죠’ ‘그녀가 웃었죠’ ‘떠나야만 해’…)이 2번 CD다. 음원 서비스에서 앨범을 들으면 2번 CD의 곡들이 먼저 나온다. 실제 음반의 정가는 3만1000원. 일반적인 정사각형 CD의 세 배 크기에 420쪽 분량의 만화책이 곁들여 있다. 1만 장 한정 생산된 CD는 모두 팔렸다. 웹툰 ‘수업시간 그녀’의 작가 박수봉이 그린 만화는 교정을 주요 배경으로 남녀의 애틋한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가 일본 만화 ‘H2’ 같은 그림체에 담겼다.

평론가들은 “딱 장범준의 스타일이다. 그는 준수한 작사·작곡·가창으로 자기만의 장르를 확고히 한다”고 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벚꽃 엔딩’ ‘여수 밤바다’ 같은 킬링 트랙은 없다”면서도 “절망이나 비관을 마주치지 않은 자의 목소리 같은 소년성이 느껴진다. 보편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간명하고 인상적인 멜로디를 붙여 장소, 시간, 사건을 노래 속에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이대화 평론가도 “앨범 전체가 훌륭한 곡들로 꽉꽉 채워져 있진 않지만 편안한 어쿠스틱과 밴드 연주를 조화시킨 전체적인 콘셉트가 좋다”고 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지금까지의 장범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기만의 포크 록 스타일로 댄스와 발라드 중심의 가요계에서 자리를 찾고 있다. 최소한 장범준과 비슷한 아류는 없지 않나?”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장범준#2집#버스커 버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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