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을 이해하는 학문, 정신의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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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의 탄생/하지현 지음/428쪽·1만9800원·해냄

어릴 때 이상한 행동을 하면 ‘언덕 위 하얀 집’으로 보내겠다는 으름장을 자주 들어야 했다. ‘하얀 집’은 ‘정신병원’…. 호러 영화 속 하얀 집의 과장된 광기를 봐온 탓에 ‘정신의학’까지 두려움이란 감정과 연결됐다.

실제로 광기로 여겨지던 정신의학이 하나의 과학으로 인정받기까지는 20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건국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신의학을 완성케 한 시대별 이슈와 변곡점을 담아냈다. 정신의학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인간이 심리와 행동을 조작할 수 있는지, 최면술은 정신의학의 영역인지 등이 소개된다.

성격은 정신의학의 영역일까? 1848년 25세 미국 청년 피니어스는 사고로 머리에 쇠막대가 꽂힌다. 기적적으로 회복했지만 이후 온화하던 그의 성격이 난폭하게 변했다. 뇌의 전두엽을 다친 탓이다. 무형(無形)의 정신의학이 뇌라는 물질적 기반을 마련하는 순간이다.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1884∼1922)는 독특한 데칼코마니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며 환자의 사고 체계를 분석했다. 폐암을 진단할 때 흉부엑스레이라는 검증 수단이 필요하듯, 정신의학에서 정신병리 평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 심리학자 존 브로더스 왓슨(1878∼1958)은 9개월 된 아기 앨버트의 방에 흰쥐를 두고 만지려 할 때마다 소리를 질러 놀라게 했다. 앨버트는 성인이 되어서도 흰 털 동물을 보면 공포감을 느꼈다. 인간의 행동을 조작하려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유행은 윤리 논란을 부른다. 성 정체성이 정신적 영역인지도 실험됐다. 1965년 존스홉킨스 대학병원 존 머리 교수(1921∼2006)는 사고로 성기를 잃은 남자아이를 여성으로 키우도록 부모를 설득한다. 사회적 학습으로 성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이론을 검증하려 한 것. 하지만 여성으로 자란 아이는 10대가 된 후 다시 남성으로 전환하는 수술을 받았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정신의학=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공식이 머리에 뚜렷해진다.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내용들을 묶은 책이라 쉽게 술술 읽히는 것도 이책의 장점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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