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에피소드4~6’ 다음 웹툰에서 연재하고 있는 홍작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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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하면서 ‘낙서 잘 그린다’말 더 들어”

웹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이전의 이야기’ 원화전시실에서 광선검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한 홍작가. 그는 “작업실에서 영화를 틀어놓고 보면서 그리는 건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 이야기 톤을 잡기 위해 ‘에피소드4’는 30번 이상 다시 돌려 봤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웹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이전의 이야기’ 원화전시실에서 광선검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한 홍작가. 그는 “작업실에서 영화를 틀어놓고 보면서 그리는 건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 이야기 톤을 잡기 위해 ‘에피소드4’는 30번 이상 다시 돌려 봤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10년 만의 신작인 ‘깨어난 포스’가 내일 개봉한다. 다음 웹툰에서 4월부터 연재 중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이전의 이야기’는 영화 제작사 디즈니가 다음 웹툰과 협력해 만든 마케팅 콘텐츠. 1977∼83년 나온 ‘에피소드4∼6’의 스토리를 가져왔다. 그런데 ‘에이, 그냥 옛날 영화 베껴 그린 홍보용 만화네’ 짐작하고 슬쩍 훑어보다 매료된 독자가 적잖다. 영화보다 한층 더 역동적인 장면 연출과 세련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웹툰을 그린 홍작가(본명 홍성혁·35)는 내년 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프린트베이커리에서 이 작품 속 이미지를 재가공한 원화(原畵) 전시를 연다. 지난 주말 전시실에서 만난 그는 “이제 ‘영화 표절해서 만화 그리느냐’는 식의 비난 메일은 안 오더라”며 웃었다.

―워낙 마니아 팬이 많은 영화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이라 부담이 컸겠다.


“처음 제안 받고는 마냥 좋기만 했다. 그런데 기획을 마치고 중요 이미지를 준비하면서 벽을 만났다. 영화 ‘스타워즈’ 속 기계 디자인은 다 아날로그적이다. 고장도 잘 난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한 솔로의 밀레니엄 팔콘 호는 툭하면 여기저기 열리고 전선 다발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 복잡한 디테일을 어떻게 표현하나 고민에 빠졌다가 디즈니가 보내온 스타워즈 그래픽노블을 몇 권 보고 자신감을 찾았다. 미국 만화가들, 좀 심하게 대충 그렸더라. 하하.”

―스토리 흐름이나 장면 구성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보인다. 특히 주인공 루크가 악당 ‘자바 더 헛’ 일당과 벌이는 사막 전투 신은 영화와 차이가 적잖던데….

“연재 초반에 ‘원작 설정 파괴한다’는 독자 반응이 있었지만 모든 내용은 디즈니의 감수를 받았다. 비중 높았던 악당인 ‘보바 펫’이 사막 전투에서 우스꽝스럽게 사라진 부분이 아무래도 아쉬워서 액션을 보강했다. ‘스타워즈’를 처음 본 건 꼬마 때 TV ‘주말의 명화’에서다. 지금보다 촬영 기술의 한계가 컸던 시절이라 액션 디테일과 속도가 달랐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캐릭터를 재해석한 원화 이미지. 영화 ‘스타워즈’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다. 카카오 제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캐릭터를 재해석한 원화 이미지. 영화 ‘스타워즈’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다. 카카오 제공
―전시한 원화 이미지도 그렇고, 한 솔로보다는 루크 쪽에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처음 내가 제안한 웹툰 제목은 ‘루크 연대기’였다. 루크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기획을 구체화하며 고집을 많이 접었지만 가능한 한 처음 구상을 살렸다. 한 솔로는 젊은 독자들이 좋아할 스타일로 외모를 바꿨다. 솔로 역의 해리슨 포드는 틀림없는 슈퍼스타지만 젊을 때도 그다지 미청년은 아니었다.”

―수채화를 닮은 그림체 덕에 영화에서보다 인물의 애잔한 감정이 잘 전해지는 듯하다.

“10대 때 대금 특기생으로 국악을 공부했다. ‘연주 잘한다’는 칭찬보다 ‘낙서 잘 그린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학생이었다. 그때 우연히 외국 만화잡지에서 본 이탈리아 작가 마실릴리아노 프레차토가 작화 스타일의 롤 모델이 됐다. 졸업하고 무작정 찾아간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원화 팀에 운 좋게 채용된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성강 감독님이 내 무엇을 보고 뽑아주신 건지, 지금도 궁금하다. ‘머릿속에서 패턴화한 이미지’를 옮기는 한계에서 벗어나 ‘눈으로 보는 그대로의 이미지’를 그리는 방법을 깨닫게 해준, 일생일대의 경험이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스타워즈#다음웹툰#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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