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OST음반 ‘별들의 고향’ 40년만에 복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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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운씨 ‘좌판뮤직’ 2호 음반

두 주인공의 정사 장면을 다룬 ‘별들의 고향’ 음반 표지 앞면(왼쪽)과 뒷면. 재판(再版)부터 다른 이미지로 교체됐지만 이번 재발매 음반에서는 원래 표지를 그대로 다시 살렸다. 좌판뮤직 제공
두 주인공의 정사 장면을 다룬 ‘별들의 고향’ 음반 표지 앞면(왼쪽)과 뒷면. 재판(再版)부터 다른 이미지로 교체됐지만 이번 재발매 음반에서는 원래 표지를 그대로 다시 살렸다. 좌판뮤직 제공
1974년 영화 ‘별들의 고향’(원작 최인호·연출 이장호)의 사운드트랙 음반이 개봉 40주년을 기념해 음질 보정을 거친 LP레코드로 24일 재발매됐다.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와 ‘한 잔의 추억’, 윤시내의 ‘난 열아홉 살이에요’를 포함해 11곡이 수록됐다. 1970년대에 나온 ‘별들의 고향’ 음반에는 ‘난 열아홉 살이에요’가 ‘오래간만에 같이 누워보는군…’의 대사가 얹힌 연주곡 버전으로만 담겼지만, 이번 음반에는 윤시내의 가창곡 버전도 처음으로 실렸다. 음반 제작사 좌판뮤직의 윤세운 대표는 “윤시내의 노래는 다른 편집음반에 들어가 있던 것을 이번에 집어넣어 온전한 사운드트랙 음반으로서의 모습을 갖췄다”고 했다.

이장희 윤시내의 노래가 음반과 영화의 대중성을 대표한다면 밴드 ‘동방의 빛’의 작품인 연주곡들은 그 음악적 깊이에 주목할 만하다. 기타리스트 강근식이 주도한 동방의 빛은 당대 기획사 오리엔트 프로덕션 전속 밴드로서 이장희 김의철, 4월과 5월, 송창식 김세환의 음반 녹음에서 밴드 편곡과 연주를 도맡던 실력파였다. A면과 B면에 A∼D파트로 나눠 담긴 연작 ‘별들의 고향’은 몽환적이고 대담한 구성의 악곡과 음향으로 영국과 미국의 사이키델릭·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실험적인 곡들을 방불케 한다. 13분 넘는 ‘별들의 고향’ A파트에서 이장희의 스캣(즉흥 가창)과 플루트, 신시사이저 연주가 다투듯 펼쳐지며 독특한 소리 풍경을 만들어내는 후반부는 백미다.

영화 ‘별들의 고향’ 포스터. 좌판뮤직 제공
영화 ‘별들의 고향’ 포스터. 좌판뮤직 제공
‘별들의 고향’은 주제곡 한두 개에 영화와 관계없는 노래를 짜깁기해 만들던 국내 사운드트랙 음반의 전례를 벗어나 영화 제작 단계부터 기획돼 만들어진 곡들을 오롯이 담아낸 최초의 국내 음반으로 평가돼 대중문화사적 가치도 높다.

원래 음반 표지는 당초 주연배우 신성일과 안인숙의 정사 장면을 담아 너무 선정적이란 이유로 다른 것으로 교체됐는데 이번 재발매 음반에서는 원래 표지를 그대로 다시 살렸다.

앨범 제작은 올해 7월 1970년대 배우 정윤희 음반을 재발매한 세운상가 중개상 윤세운 씨가 지휘했다. 그가 세운 음반사 ‘좌판뮤직’의 제2호 음반이다. 윤 씨는 “초판 LP레코드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음원을 추출한 뒤 음질 보정을 했고, 이 음원을 일본 회사에 맡겨 제조했다”고 했다. 추출 방식을 택했지만 음향은 깨끗하다.

영화 ‘별들의 고향’은 1970년대 한국영화계에 ‘호스티스 영화’란 조류를 만들어낸 화제작이다. 서울 국도극장에서 개봉해 ‘미워도 다시 한번’(1968년)의 흥행 기록(37만 명)을 깨고 46만4000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젊은 여성 경아(안인숙)가 여러 남자와 사랑에 실패하며 알코올중독에 빠져들고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줄거리는 파격적이었다. 당시 29세였던 이장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음반은 예스24, 알라딘을 비롯한 주요 온라인 음반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2-322-4307(열린음악)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별들의 고향#좌판뮤직.윤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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