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神話 찾아 2만5000km… “느낌이 팍 왔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0일 03시 00분


◇유라시아 신화기행/공원국 지음/458쪽·1만8000원·민음사

저자 공원국 씨가 조지아 캅카스 산맥의 게르게티 산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공 씨는 2012년 유라시아 대륙을 6개월간 돌아다니며 각국의 신화를 연구했다. 공원국 씨 제공
저자 공원국 씨가 조지아 캅카스 산맥의 게르게티 산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공 씨는 2012년 유라시아 대륙을 6개월간 돌아다니며 각국의 신화를 연구했다. 공원국 씨 제공

유라시아 신화를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난 인문학자가 몽골 초원에서 73세의 사냥꾼을 만났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 이들은 어버(돌무더기로 지은 기도 터)로 갔다. 시를 지어주겠다던 노인은 시심을 떠올리려고 보드카를 꺼냈다. 어느덧 보드카 두 병을 말끔히 비웠을 때 이별을 앞둔 노인과 젊은 학자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저자는 몽골 초원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히말라야를 넘는 장장 2만5000km의 여행을 마치고 이 책을 썼다. 시베리아 벌판을 자전거로 달리다 교통사고를 겪고,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선 현지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숱한 생고생의 목적은 단 하나. 내년부터 향후 10년에 걸쳐 유라시아 신화를 엮은 전집을 내기 위한 체험답사다. 제대로 된 인문학은 현장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장장 6개월간 유라시아 대륙을 누볐다.

현지인과 금방 친해질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같이 술을 먹으면 된다”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술을 마시려고 평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그는 “해외 답사여행을 떠날 때 일주일에 한 번은 일부러 등산코스를 집어넣어 체력을 관리한다”고 했다.

―신화에 천착한 이유가 뭔가.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왜곡되기 쉽다. 신화는 황당무계한 판타지일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신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다. 사람 간의 관계는 이야기가 가장 기본이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이야기를 쭉 듣고 나면 이해할 수 있는 게 사람 아닌가. 세계 문화도 마찬가지다. 각국의 신화집을 한 번 보면 그곳이 어떤 땅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왜 하필 유라시아 지역인가.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이다 보니 문화적 상상력이 제한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외국 제도나 문화를 가져와도 주체적으로 소화를 못 시키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런 관점에서 유라시아에 연결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유라시아 신화에 대한 국내 학술연구가 미진하더라. 예컨대 페르시아 신화에 대한 한글 번역본이 아직 하나도 없다. 대학 등 제도권에 매여 있지 않는 인문학 연구자로서 유라시아 신화에만 집중해 보고 싶었다.”

―곰을 보려고 시베리아 대륙을 자전거로 달린 얘기가 책에 나오던데….

“우리 단군 신화도 곰을 다룬 신화 아닌가. 곰은 유라시아 대륙과 한민족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또 곰 신화는 제도화된 국가가 만들어 내기 이전의 원시형태의 신화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지금도 시베리아 원주민들은 자신을 곰의 자손이라고 여긴다. 한마디로 동북아는 ‘곰 신화권’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유라시아 신화기행#유라시아#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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