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갑작스레 떠난 피지여행… 그림같은 노을과 바람냄새에 어느덧 마음도 평화로워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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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이 투어 2000 부사장 칼럼

여행은 인간의 내면에 내재돼 있는 본능적 욕구다. 원시시대 사람들이 저 ‘산 너머에는 어떤 먹을거리가 있을까’를 생각하며 떠났던 것처럼 사람은 동경과 호기심이 생기면 떠나야 직성이 풀렸다. 이것이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 안에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숨어 있다.

7년 전의 일이다. 업무로 인해 뉴질랜드를 가기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시간이 없다고요? 떠나세요. 핑계에 불과합니다”라는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무작정 피지로 향했다. 출장 일자를 줄여 도착한 피지는 마치 선물과 같았다. 영혼을 울리는 피지 사람들의 환영 세리머니와 뜨거운 열대 바람은 여행자의 마음을 한없이 설레게 했다.

하루 동안 여행 패키지 손님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피지인들이 사는 전통가옥을 구경했다. 우리나라 초가집과 닮아 있어 정감이 갔다. 열대난들이 예쁘게 장식돼 있고, 난을 배경으로 한국과 비슷한 산들이 그림처럼 우뚝 솟았다. 계획 없이 떠나와서 마주하는 풍경이어서인지 더욱 아름답다.

피지인들의 농장을 둘러보았다. 여행에 동행한 한 아주머니가 자신의 농사 철학을 말씀하신다. 농사는 부지런해야 하고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단다. 그래서 농부는 항상 ‘오기 전’ 철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고, 여름이 오기 전에 씨를 뿌려야 하는 ‘오기 전’ 철학은 농부에게 있어 양식과 같다고 했다. 감동적인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노을이 아름다운 호텔 주변의 해변을 걸었다. 하늘은 붉은 물감을 쏟아부은 것처럼 이글거린다. 멀리 호텔 야외 라운지에서 피지인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들은 듯하다. 윤형주 씨가 피지에 들렀을 때 아름다운 멜로디에 반해 불렀다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영혼을 울릴 것 같은 음성, 슬픔이 짙게 밴 그들의 눈빛을 마주하며 듣는 노래는 마음을 어루만진다. 야자수 사이로 붉은빛을 토해내는 피지의 하늘은 바쁜 일상에 여유와 쉼표를 전해주었다. 예정에 없이 감행한 첫 여행은 떨리면서도 짜릿했다.

어느덧 마음은 여유로 가득 찬 듯하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하지만 여행은, 계획된 것이 아니라도 잃은 만큼의 선물을 준다. 또 철학적이고 교훈적이며 필연적인 감동을 수반한다. 오랫동안 일상을 살아갈 힘도 제공한다.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살면서 가끔은 일탈을, 계획에 없는 불시착을 용기 있게 실행해 보자고. 저녁노을 지는 피지의 보석 같은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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