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마키아벨리, 약자가 사는 법을 가르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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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김상근 지음/310쪽·1만8000원·21세기북스


1527년에 사망한 마키아벨리는 죽은 지 40년쯤 지났을 때부터 이미 ‘공공의 적’으로 규정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권모술수와 이중 전략의 미덕을 찬양한 ‘악의 교사’로 규정했고, 독재자를 위한 지침서를 쓴 사악한 정치 이론가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정치공학적 시각이나 처세술 책으로 바라본 기존의 편견을 걷어낼 것을 주문한다. 그는 10여 년간 마키아벨리의 수많은 저작과 편지를 입체적으로 연구한 끝에 마키아벨리의 역사적, 인문학적 면모를 새롭게 재해석해냈다. 마키아벨리가 “철저하게 약자의 시선으로 권력의 속성을 파헤치고, 약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려 했던 ‘약자들의 수호성자’였다”는 시각이다.

그는 우선 마키아벨리의 삶 자체가 ‘마키아벨리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마키아벨리의 아버지는 평생 가난했던 ‘스페치오(세금미납자)’였다. 그도 늘 가난에 쪼들렸으며, 공직에서 해고당할까 두려워했고, 공직에서 파면된 뒤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했으며, 실업자로 무려 15년 동안 빈둥거리는 삶을 살았던 불쌍한 인물이었다.

마키아벨리가 외교정책을 총괄했던 피렌체 공화국은 이탈리아에서도 최약체국이었다. 프랑스 샤를 8세의 침공 때 가장 먼저 항복을 선언했던 피렌체는 체사레 보르자(1475∼1507)와 교황 율리우스 2세(1443∼1513)의 이탈리아 정복전쟁 당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말년에는 신성로마제국, 스페인 군대의 침략도 목격해야 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그의 인생 최악의 시기에 쓰였다. 1512년 피렌체 공화국이 무너지고 메디치가가 복귀하면서 공직에서 해임된 그는 투옥돼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그는 이후 15년간 실업자로 은둔 생활을 하면서 낙심과 절망 속에서도 ‘군주론’ ‘로마사 논고’ ‘전쟁의 기술’ 같은 명저를 남겼다.

‘군주론’은 “군주란 사랑받기보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 편하다” “군주는 사자의 사나움뿐 아니라 여우의 교활함도 갖춰야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오해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는 분열된 이탈리아의 소국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법을 역설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말년의 마키아벨리는 청년들에게 ‘로마사’ 등 고전을 가르치고, 약자들을 응원하는 ‘만드라골라’라는 코미디 작품을 써 대성공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는 약자들에게 ‘더이상 당하고 살지 마라’며 스스로의 힘을 키워 살아남고, 희망을 갖는 법을 가르친 인문학자”라고 평가했다.

연세대 신학과 교수인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가의 이야기를 다룬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르네상스 창조경영’ 등의 책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에도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집, 피렌체 시뇨리아 정청의 집무실, 마키아벨리가 외교여행을 떠났던 프랑스, 로마냐 지역 등을 직접 답사해 찍은 사진들이 실려 있어 흥미를 더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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