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오늘을 내다본 30년 전의 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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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기의 경영
피터 드러커 지음·박종훈 이왈수 옮김/264쪽·1만5000원·한경BP

세계 경영계의 최고 멘토로 불린 저자는 2005년 세상을 떴다. 1980년 초판이, 1993년 개정판이 출간된 이 책의 새삼스러운 번역 출간은 자신의 혜안이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는가를 놓고 21세기 독자들과 벌이는 고인의 게임이 됐다. 그의 지적은 새 천년을 맞은 20∼30년 뒤에도 유효할 것인가.

책은 미래 경영 환경의 ‘메가트렌드’로 인구구조의 변화, 지식노동자의 역할 증대, 글로벌화의 심화를 든다. 저자가 내다본 ‘오래된 미래’는 바로 우리가 사는 지금이다.

지난해 18대 대선을 좌우한 50, 60대의 단단한 결집은 한국사회 노령화의 징후를 국민들 피부 가까이로 들이댔다. 대선 초기 안철수 신드롬으로 조명된 교육 받은 중도층의 무게감은 지식노동자의 역할 증대가 경제 경영을 넘어 정치 사회로 궤적을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책에서 저자는 한국을 브라질, 멕시코,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준선진국’으로 분류했다. ‘선진국 아니면 개발도상국’이란 이분법이 익숙했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정의다. 선진국 문턱에 선 한국의 독자에게 주는 이 책의 메시지가 가볍지 않은 이유다.

구조조정, 구조개혁이란 어휘도 이 책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쓰였다. 저자가 혼란기를 전환의 호기(好期)로 변화시키는 방책으로 제시한 것 중 첫째는 ‘펀더멘털(성장에 필요한 기본 요건)’ 관리다. 물리적 감원이 아니라 경영 소프트웨어의 개선에 책은 초점을 맞췄다. 저자의 외침은 더 있다. ‘무형의 지식을 유형의 자산에 결합하라’ ‘덩치를 키우지 말고 근육을 길러라’ ‘맷집과 유연성을 길러라’ ‘최고경영팀을 꾸려 협업하라.’

책의 원제는 ‘격변기의 경영(Managing in Turbulent Times)’. 초판이 나온 1980년 무렵의 세계 경제 상황을 일별하며 함께 읽으면 좋다. 새로 나온 예언서를 들춘다기보다 고전 속 금언의 무게를 확인한다는 자세로 책장을 열면 ‘예언’에 준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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