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조장연극’… “우리 ‘인디아 블로그’ 보시면 회사 관두고 여행 떠나고 싶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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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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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플레이위드’
여행연극 시리즈로

생생한 여행기 같은 연극 ‘인디아 블로그’로 대학로에서 인기를 모은 주인공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우 박동욱 전석호 씨, 연출 박선희 씨, 프로듀서 박지환 씨.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생생한 여행기 같은 연극 ‘인디아 블로그’로 대학로에서 인기를 모은 주인공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우 박동욱 전석호 씨, 연출 박선희 씨, 프로듀서 박지환 씨.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지난해 6월 서울 대학로 혜화로터리 부근 80석 규모의 연우소극장 무대에 색다른 공연물이 올랐다. 두 청년이 인도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인도를 여행하며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큰 줄기로 하면서 두 사람의 첫사랑 이야기를 곁들였다. 둘이 실제 인도 여행에서 찍은 동영상까지 화면으로 보여주며 사실감을 살렸다.

‘인디아 블로그’라는 제목처럼, 공연은 무대라는 형식을 빌린 입체적인 여행기에 가까웠다. 만든 사람들도 ‘과연 사람들이 보러 올까’ 반신반의했지만, 웬걸, 대히트였다. 두 달 공연의 평균 객석 점유율이 90%를 넘었다. 그해 12월 170석 규모의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2관으로 옮겨 재공연을 시작한 게 무기한 공연이 됐다. ‘여행 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었다.

2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공연의 주역들을 만났다. 연출자인 박선희 씨(42), 주인공 찬영과 혁진을 각각 연기한 박동욱(29) 전석호(28) 씨, 실험적인 초기작의 상품성을 알아본 눈 밝은 기획자 연우무대 박지환 기획PD(32)다.

“공연 초반엔 객석이 썰렁했어요. 스태프 한 명은 서러워 울기도 했죠.”(박선희)

2주쯤 지났을 때 반응이 확 일었다. 관객들은 보조석까지 꽉 채운 것으로도 모자라 언젠가부터 인도 옷을 입고 와서 무대에서 배우들과 춤판을 벌였다. ‘논문으로 다루고 싶다’며 한 달간 10번을 본 관객도 있었다.

이 ‘여행연극’의 탄생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 연출자인 박선희 씨는 집안일로 태국에 있을 때 대학 후배들로부터 ‘공연 한 편 올리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 그러면 태국으로 와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이들의 첫 여행연극 ‘태국 이야기’다. 태국을 여행하다 우연히 한 장소에서 만난 세 젊은이의 여행기를 담은 이 작품은 홍대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신감을 얻은 한양대 연영과 동문 세 사람, 박선희 전석호 박동욱 씨는 2010년 2월 인도로 떠나 한 달간 여행하며 ‘인디아 블로그’를 공동 기획했다. 함께 놀면서 공동창작한다는 취지로 극단 이름이 플레이위드다.

“진솔하게 여행 경험을 관객에게 전하자는 취지였어요. 주제를 ‘첫사랑’으로 잡고 매일 저녁 창작회의를 했죠. 오늘 뭘 보고 뭘 느꼈나. 배우 자신의 언어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끄집어냈죠. 20대 중후반 배우들이 딱 자신들이 살아온 만큼의 얘기를 한다는 것, 그것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아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박선희)

2011년부터 제작에 참여한 연우무대는 여행연극을 시리즈로 이어간다. 현재의 ‘인디아 블로그’는 28일로 막을 내렸다. 그 대신 새로 인도를 여행하고 온 두 팀을 꾸려 6월 5일부터 새 ‘인디아 블로그’ 두 편을 한 주씩 번갈아 공연한다. ‘첫사랑’이란 주제만 같고 여행지나 사연은 서로 다르다. 원년 멤버들은 터키를 차기작 무대로 결정하고 여행을 준비 중이다. 박지환 PD는 “인디아 블로그는 공연을 본 뒤 사표 내고 여행을 떠나게 하는 공연이라고 해서 ‘퇴사(退社) 조장극’으로 불린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있는 여행에 대한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연극#인디아 블로그#여행연극#플레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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