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은?…허영만, 6편 히트 ‘이야기꾼의 타짜’

최근 11년간 영화-드라마로 제작된 소설-만화가 흥행 분석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소설과 만화 바람이 거세다. 소설가 공지영 원작의 '도가니'(22일 개봉)는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만화가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통증'도 올해 잇따라 극장에 걸렸다. 이정명의 소설이 원작인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다음 주 첫 전파를 탄다.

활짝 열린 '원소스 멀티유스'의 시대, 콘텐츠 산업의 젖줄이 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은 누구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2001년부터 올해까지 11년간 제작된 영화(987편)와 지상파 3사의 드라마(607편·단막극 제외)를 분석했다. 이 중 영화 33편, 드라마 56편이 소설과 만화로부터 탄생했다.

● 허영만은 '이야기꾼의 타짜'

만화가 허영만은 가장 많은 작품이 영상화된 작가였다. 그의 작품 중 모두 6편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영화로는 '타짜' '식객' '식객: 김치전쟁' 3편이, 드라마로는 '사랑해' '식객' '타짜' 3편이 옷을 갈아입었다. 분석 대상 기간 이전에도 '카멜레온의 시'(1988) '48+1'(1995) '비트'(1997)가 영화화됐다. 그야말로 '이야기꾼의 타짜'인 셈이다.

공동 2위는 5편을 영상화한 소설가 김탁환과 만화가 강풀이 차지했다. 강풀의 작품('아파트'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통증')은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다. 역사소설가 김탁환의 작품 중에는 '조선명탐정'과 '노서아 가비'(개봉 예정)가 영화로, '천둥소리'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가 드라마로 탈바꿈했다.

4위는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드라마 '상도' '해신' '홍콩 익스프레스' 등 모두 4편을 기록한 소설가 최인호에게 돌아갔다. 공동 5위는 3편씩을 기록한 소설가 박경리, 이청준, 이정명, 귀여니와 만화가 박인권이 차지했다. 소설가 박완서, 공지영, 김영하, 황석영 등과 만화가 고우영, 원수연 등은 2편으로 공동 10위에 올랐다.

● 박인권은 '드라마왕'

이야기꾼들의 흥행 성적은 어떨까. 드라마의 경우 만화가 박인권이 3편으로 64.5%의 누적 시청률(제작된 드라마의 시청률을 모두 더한 수치)을 기록해 가장 많은 시청자를 불러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2위는 3편으로 58.3%의 시청률을 기록한 박경리, 3위는 3편으로 53%의 시청률을 올린 최인호였다. 최고의 이야기꾼 허영만은 3편으로 41.6%을 기록해 7위에 그쳐 드라마에서는 약세를 보였다(TNmS 시청률 자료).

영화에서 최다 관객을 동원한 작가는 허영만이었다. '타짜'와 '식객'으로 관객 933만 명을 불러 모았다. 684만 명이 관람한 '타짜'의 힘이 특히 컸다. 김탁환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한편으로 479만 명을 모아 2위를 기록했다. 강풀은 가장 많은 5편이 영화화됐지만 466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쳐 3위였다. 4위인 공지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도가니'(상영 중)로 현재 353만 명을 기록 중이다(영화진흥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자료).

원소스 멀티유스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얼마나 될까. 최고의 이야기꾼 허영만의 경우 '타짜'가 드라마 광고수익으로 73억원을 거둬들였다. 영화로는 3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만화 판매 추정액 7억6000만 원을 포함해 단 한 편의 작품으로 440억이 넘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

민병선 기자bluedot@donga.com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