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왜곡교과서, 독도 말고도 한국 관련사 날조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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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발표된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 가운데 왜곡, 날조된 부분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만이 아니다.

지유샤와 후소샤, 교육출판, 도쿄서적 등 일부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에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역사 왜곡과 날조가 반복됐다. 일본 제국주의가 조장한 식민사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임나(任那)일본부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임나일본부설'은 야마토왜(大和倭)가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해 백제, 신라, 가야를 지배하고 특히 가야에는 '일본부'라는 기관을 설치해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했다는 설이다. 제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이것이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지난해 임나일본부설의 폐기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유샤와 후소샤의 역사교과서는 '야마토 조정은 임나에 영향력을 가졌다'는 내용을 담았다. 도쿄서적의 역사교과서 역시 '야마토 정권은 백제와 임나 지역의 국가들과 힘을 합해 고구려, 신라와 전투를 한 기록이 있다'고 기술했다.

이 같은 주장의 토대가 된 일본의 옛 역사서들은 연대 표기가 맞지 않는 점이 연구를 통해 드러나는 등 후대에 고의적인 수정을 통해서 일본의 영향력을 강조하며 실제 역사와 다른 내용으로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또 이들 교과서는 조선을 부적절한 식민지 용어인 '이씨조선'으로 표기하거나 한국 강제병합에 대해 '일본의 보호국으로 삼고 근대화를 진행했다'고 기술한 부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일본의 자위를 위한 것이었다는 날조된 내용 등도 담았다.

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4개 출판사 모두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왜곡, 날조와 더불어 생존한 희생자가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은폐한 것이다.

이들 4개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 점유율이 63.6%에 달하는 것도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물론 일부 지리 교과서가 한국의 경제 발전상을 10여 페이지에 걸쳐 소개하는 등 개선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 문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지역학과 교수는 "우리가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데도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은 일본 측이 역사왜곡을 시정할 생각이 없다는 방증"이라면서 "역사왜곡이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해도 이는 실질적인 악화"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이어 "올해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이런 문제가 또 불거졌다"면서 "이번 '교과서 도발'은 한일관계 전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를 살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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