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림책연구소’ 발족 “우리 그림책 푸대접, 하도 답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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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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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채인선 씨 등 8명 ‘한국그림책연구소’ 발족 준비

우리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국그림책연구소를 준비 중인 최덕규 김윤정 김남중 최남주 김은정 윤현이 채인선 장호정 씨(왼쪽부터).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우리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국그림책연구소를 준비 중인 최덕규 김윤정 김남중 최남주 김은정 윤현이 채인선 장호정 씨(왼쪽부터).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한국 그림책 전시회를 외국도 아닌 한국에서 별도로 열어야 한다는 게 정상일까요. 그만큼 우리 그림책에 관심이 없는 것이죠.”

동화책을 만드는 작가와 디자이너, 편집자 등이 모여 한국 그림책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한다. 작가 채인선 씨를 비롯해 그림작가 김은정 최덕규 김윤정 장호정 씨, 그림책 디자이너 최남주 윤현이 씨, 편집자 김남중 씨 등 8명은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한국그림책연구소’(가칭)를 준비하는 모임을 가졌다. 5월 5일 어린이날 발족이 목표다.

한국 그림책이 1년에 얼마나 발간되는지, 세부 장르는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출간 경향은 어떤지 등에 관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사회의 무관심을 반영하듯 아직 기초 자료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도 우리 그림책에 대한 무관심을 안타까워하는 말로 시작됐다. 한국 그림책에 대한 인식 부족은 서점에서 그림책을 한국 작품과 외국 작품으로 구분하지 않은 채 보여주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고 채 씨는 지적했다. 독일에서 살다 온 그림책 디자이너 최 씨는 “독일을 비롯한 외국 서점에 가면 자기네 나라 동화작가들의 전시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마케팅을 한다. 아이들이 자국의 그림책을 통해 자국의 정서와 문화를 배운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도서 분야에서 외국 책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영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고 영어 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림책을 대하는 풍토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맞도록 자연스럽게 번역된 책을 두고 ‘왜 영어식 표현으로 직역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는 부모들까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날 모인 이들은 말했다.

그림작가 김윤정 씨는 “우리 정서가 담긴 그림책을 볼 때는 아이의 반응에 맞춰 엄마가 자연스럽게 정서적 반응을 할 수 있어 감수성의 교류가 훨씬 풍부하다”고 한국 그림책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2004∼2007년 ‘우리책 사랑 모임’에 참여했다. 당시 이들은 자비를 들여 한국 그림책을 사 모은 뒤 전국의 도서관을 돌며 ‘우리 그림책 전시회’를 별도로 가졌다. 각 도서관에는 ‘한국 그림책은 별도로 진열해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사서들도 한국 그림책을 따로 진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서점들은 별도 진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이들은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앞으로 △그림책의 세부 장르를 명확히 구분하는 일 △지나치게 유아적인 글과 너무 장식적인 그림으로 아이들과 멀어지는 그림책을 바로잡는 일 △외국 도서관과 비교해 자국 그림책 비중이 너무 낮은 점을 개선하는 일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연구소는 사단법인 형태로 만들며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운영할 예정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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