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양산박’출신 두 호적수의 ‘서울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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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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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9일 연출작 무대에

일본 극단 ‘신주쿠 양산박’의 창단 멤버 김수진 씨는 ‘해바라기의 관’(왼쪽 사진)을, 2000년
대 초반 김 씨와 결별한 정의신 씨는 ‘야끼니꾸 드래곤’을 같은 날 서울의 두 극장에 나
란히 올린다. 신주쿠양산박·용길이네곱창집 제공
일본 극단 ‘신주쿠 양산박’의 창단 멤버 김수진 씨는 ‘해바라기의 관’(왼쪽 사진)을, 2000년 대 초반 김 씨와 결별한 정의신 씨는 ‘야끼니꾸 드래곤’을 같은 날 서울의 두 극장에 나 란히 올린다. 신주쿠양산박·용길이네곱창집 제공
‘양산박’ 출신 양대 호적수의 용호상박이 3월 한국에서 펼쳐진다. 주인공은 재일교포 연극인 김수진 씨(57)와 정의신 씨(54)다.

두 사람은 1987년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의 창단 멤버다. 신주쿠는 도쿄 외국인촌으로 유명한 지명이고 양산박은 ‘수호지’ 반체제 영웅들의 집결지다. 외국인과 비주류 반항아를 결합한 극단 이름 자체가 일본 연극계의 아웃사이더를 표방한 것이었다. 고인이 된 여배우 김구미자 씨를 비롯해 재일교포 연극인이 많이 참여한 이 극단에서 김 씨는 대표이자 연출가, 정 씨는 극작가로 콤비로서 명성을 떨쳤다. 국내에도 소개돼 화제가 된 ‘천년의 고독’과 ‘인어전설’은 이 콤비가 빚어낸 걸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성격차로 2000년대 초반에 갈라선다. 김 씨가 양산박의 두목인 송강과 같은 카리스마를 지녔다면 정 씨는 노지심을 닮아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김 씨가 극단의 아버지, 정 씨는 어머니 역할을 해 왔기에 극단에선 두 사람의 결별을 ‘이혼’으로 표현한다.

공교롭게도 3월 9일 두 사람이 연출하는 연극이 서울 무대에 나란히 오른다. 3월 9∼1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선 김 씨가 이끄는 신주쿠양산박의 ‘해바라기의 관’이, 3월 9∼20일에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정 씨가 쓰고 연출한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이 공연된다.

신주쿠양산박 출신 라이벌의 연극이란 점을 빼고도 두 작품은 여러모로 닮았다.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 원작의 해바라기의 관(1991년 초연)은 일본인 샐러리맨과 재혼한 어머니가 떠난 뒤 남은 재일교포 가족의 슬픈 초상을 담았다. 2008년 각종 한일 연극상을 휩쓴 야끼니꾸 드래곤은 1970년대 곱창집을 하는 재일교포 용길이네 가족의 신산(辛酸)한 삶의 애환을 그렸다. 두 작품은 2008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본 신국립극장에서 공연됐다.

아무래도 공연계의 관심은 최근작인 야끼니꾸 드래곤에 더 쏠려 있다. 3년 전 예술의전당과 신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해 숱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이달 일본 재공연 때 개막 전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신주쿠양산박도 만만치 않은 카드를 준비했다. ‘해바라기의 관’에 앞서 3월 2∼6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오태석 원작의 ‘도라지’도 무대화한다.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과 그를 암살한 홍종우의 사연을 도라지타령을 모티브로 해 전개한 작품이다. 유미리 씨의 특별강연회도 마련했다.

양측은 공연 일시가 겹친 게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한다. 야끼니꾸 드래곤의 공연 일정이 먼저 알려졌지만 해바라기의 관도 1년 전 이미 일정을 잡아놨다는 게 이번 공연을 공동 기획한 스튜디오 반 이강선 대표의 해명이다. 연극계에선 이런 기막힌 우연이 두 라이벌이 화해하는 기회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도라지’ 1만∼3만 원. ‘해바라기의 관’ 2만∼4만 원. 1544-1555. ‘야끼니꾸 드래곤’ 3만∼5만 원. 02-580-130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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