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4·19혁명 만화로 읽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격월간 인문만화 교양지 ‘SYNC’창간

박정수 수유+너머 연구원의 글 ‘오이디푸스적 인간형이란’에 실린 만화가 이정익 씨의 일러스트. 그림 제공 이정익 씨
박정수 수유+너머 연구원의 글 ‘오이디푸스적 인간형이란’에 실린 만화가 이정익 씨의 일러스트. 그림 제공 이정익 씨
재미있고 가벼운 만화와 진지하고 어려운 인문학이 만났다. ‘인문만화교양지’를 표방하는 격월간지 ‘SYNC’(길찾기)가 최근 창간호인 1월호를 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마키아벨리 ‘군주론’, 4·19혁명을 둘러싼 한국 근현대사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인문만화교양지’로서의 면모를 가장 명쾌하게 보여주는 부분은 기획 섹션이다. ‘수유+너머’의 연구원들과 만화가들이 모여 창작한 만화를 수록했다. 박정수(정신분석학) 최진석(문화이론) 정정훈(정치철학) 연구원 등이 만화가 이정익 박민선 이보현 씨와 함께 작업했다. 연구원들이 글을 쓰고 만화가가 그림과 스토리를 짜는 형식이다.

1월호의 주제는 ‘철학적 인간형을 찾아서’. 이수영 수유+너머 연구원은 이에 관한 기고문에서 플라톤의 ‘소크라테스’, 칸트의 ‘판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등을 예로 들며 “이 개념적 인물과 더불어 철학이 만화라는 형상화 장르와 만날 가능성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기획에서는 노마드, 오이디푸스, 군주론에 바탕을 둔 정치가 등 세 가지 인간형을 다뤘다. ‘노마드’ 편은 지식도우미를 등장시켜 현대사회의 노마디즘을 설명한 뒤 들뢰즈의 노마돌로지 논의를 담았다. ‘정치가’ 편은 정치가가 되고 싶은 승호가 정치에 대해 공부해 나간다는 줄거리. 작품마다 연구원들의 해설도 실었다.

연재만화는 8편을 실었다. ‘불후의 명작’은 가난한 만화가가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으로 현대판 파우스트 스토리인 셈이다. 구한말 개화파 홍영식, 고종 황제와 명성황후 등이 등장하는 ‘천상열차’는 순정만화 그림체로 눈길을 끈다. ‘위안부 리포트 2’는 정경아 작가의 작품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 1화에는 일본 도쿄전범재판에서 위안부 문제가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담았다. 탁영호 작가의 작품 ‘봄. 봄. 봄’은 4·19혁명을 둘러싼 한국 현대사를 그려냈다. ‘책 읽는 초코비’는 일종의 ‘만화 서평’ 혹은 ‘독후감 만화’다. 사학과 출신의 박민선 작가가 스토리 작업을 하고 선명화 작가가 그림을 그린다. 이번 호에서는 ‘감각의 순례자 카사노바’와 카사노바 회고록인 ‘카사노바 나의 편력’ 1, 2, 3권을 다뤘다.

잡지가 창간되기까지는 1년 반이 걸렸다. 2009년 5월 기획을 시작해 2010년 6월 싱크기획 ‘철학적 인간형을 찾아서’ 부분만 무크지 형태로 발간했다. 그러나 “내용과 이미지가 딱딱하다”는 판단에서 시중에 내놓지 않았고 다시 반년이 지나 이달 격월간지로 창간호를 냈다.

이기진 싱크 편집장은 “단지 활자로 되어 있는 어려운 인문학을 쉬운 만화로 번역하여 읽는 게 아니라, 만화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 또 하나의 인문학적 사유의 결과물로서 만화를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인문학적 만화들이 모이고, 이 분야에서 내공과 역량 있는 작가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