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석동빈 기자의 ‘Driven’/ 메르세데스벤츠 ‘E350 카브리올레’

동아일보 입력 2010-09-16 03:00수정 2010-09-1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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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뚫고 질주한다, 조용히 깔끔하게…
소프트톱에 최고의 흡음재 사용해 정숙주행… 밟을수록 강해지는 속도감 갖춘 ‘오픈카’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스카프’(왼쪽). 바람이 실내로 들이치는 것을 막아주는 ‘윈드 디플랙터’(오른쪽)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가고 새벽엔 이불자락을 잡아당겨야 하는 가을이 다시 왔다. 그 가을의 입구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350 카브레올레’를 만났다. 여름이 오픈카의 계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봄가을이 제격이다. 여름에 지붕을 열고 뙤약볕을 맞다가 화상을 입거나 후끈한 열대야 바람으로 온몸이 끈적끈적해져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산들산들 찬바람이 불 때가 가장 오픈 에어링을 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것을.

사실 개인적으로 오픈카 중에서는 지붕이 천으로 돼 있는 소프트톱은 주행 중 소음이 실내로 너무 많이 들어와 좋아하지 않는다. 세단이나 쿠페처럼 완벽한 변신이 가능한 하드톱이 취향이다. 하지만 벤츠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E350 카브리올레는 달랐다. 소프트톱의 재발견이었다. 차의 성능보다는 소프트톱 기능 위주로 살펴봤다.》
○ 알고 보면 장점도 많은 소프트톱

일반적으로 소프트톱은 지붕을 닫아도 외부의 소음이 고스란히 실내로 들어와서 외부와 격리감이 떨어진다. ‘폼’을 잡거나 바람을 쐬면서 달리는 게 아무리 좋아도 때로는 차 안에서 조용한 휴식을 취하면서 이동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럴 때 그냥 창문이 열려 있는 느낌이라면 어떨까. 정차해 있으면 행인들의 작은 말소리까지 모두 들릴 정도라면.

그런데 E350 카브리올레는 일반 세단 수준의 정숙성을 확보했다. 벤츠는 “소프트톱에 최고 품질의 흡음재를 사용해 외부 소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차단할 뿐만 아니라 방수와 방풍, 단열 기능이 탁월해 안전하고 정숙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승을 하기 전에는 그냥 홍보성 수사(修辭)로 치부했다. 소프트톱이 어디 가겠느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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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지 3분 만에 고정관념이 깨졌다. 일상적인 시내 주행에서 일반 세단과 차이를 거의 못 느낄 정도로 정숙했다. 속도를 올려도 마찬가지다. 시속 180km에서도 충분히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프트톱 오픈카는 속도가 높아지면 직물로 된 지붕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커지면서 급격히 정숙성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마침 폭우가 쏟아졌다. 소프트톱은 비가 오면 천막에 비가 떨어지는 ‘후두둑’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E350 카브리올레에선 이마저도 하드톱 수준으로 적었고 비 한 방울 새지 않았다.

소프트톱의 장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이 넓다. 하드톱은 지붕이 트렁크 공간에 수납되면 골프백 하나를 넣기가 어려운데 E350 카브리올레는 골프백 하나와 보스턴백까지 충분히 들어간다. 벤츠에 따르면 트렁크 공간은 지붕을 열었을 때 300L, 닫으면 390L로 늘어난다.

또 시속 40km 이내에서는 달리면서 지붕의 개폐가 가능한 것도 큰 혜택이다. 하드톱 컨버터블에선 이 기능을 적용하기가 힘들다. 하드톱 자체의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주행 중 여닫을 경우 파손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 정차 중에만 지붕의 작동이 가능하다. 주행 중 지붕의 개폐 가능 여부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지붕을 열고 운전을 하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든지, 매연이 심한 터널에 들어갈 때 정차하지 않고 닫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다. 또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 미리 지붕을 닫으면 주차장에서 차에 앉아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소프트톱의 개폐시간은 각각 20초 정도로 하드톱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소프트톱은 하드톱에 비해 가볍고 고장도 적지만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고 찢어지는 직물 재질이어서 아무데나 주차해놓기가 불안한 점은 어쩔 수 없다.

○ 스타일을 구기지 않는 머리카락

오픈카는 지붕을 열고 다니면 바람이 많이 들이칠 것 같지만 어떻게 공기흐름을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E350 카브리올레는 뛰어난 구조를 갖춰 일상적인 시내주행 속도인 시속 60∼70km까지는 거의 바람이 들이치지 않는다.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나온 여자친구가 옆에 앉아 있어도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에어캡 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지붕을 열고 다닐 때 차 안으로 들이치는 난기류를 줄이고 차량 실내 보온성을 높인 기능으로, 앞쪽의 윈드 디플렉터와 뒷좌석 헤드레스트 사이에 있는 드라프트-스톱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버튼을 누르면 차체에서 튀어나온다.

벤츠는 “지붕을 열고 시속 160km 이상 고속 주행 시에도 외부 소음을 감소시켜 앞뒤 좌석 승객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시속 140km를 넘으면 목소리를 좀 높여야 앞뒤 좌석 간의 대화가 가능했다. 그래도 소프트톱 하드톱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오픈카가 시속 120km가 넘어가면 머리가 심하게 헝클어지고 옆좌석 탑승자와도 큰 소리로 대화를 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대단히 양호한 수준이다.

또 앞좌석 헤드레스트에는 겨울철에도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된 에어스카프 기능이 들어가 있다. 헤드레스트 송풍구에서 뒷덜미 부분으로 따뜻한 바람이 나와서 추위를 막아주며 주행 속도에 따라 풍량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 부드러운 주행성능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을 정밀장비로 직접 측정한 결과 7.5초가 나왔다. 제원표에 나와 있는 6.8초보다는 느렸는데 30도에 가까운 기온에서 측정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0.5초 정도는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7초 이내로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주행성능은 같은 차체를 사용하는 E350 쿠페에 비해선 조금 떨어진다. 쿠페와 같은 차체를 사용하지만 쿠페보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서 운전대를 돌렸을 때 차체의 반응 속도가 약간 떨어진다. 대신 과속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을 지나갈 때 탑승자에게 전해지는 충격은 쿠페보다 덜하다. 전체적으로 E350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속페달의 초기 반응은 민감하지 않지만 밟을수록 원하는 만큼 힘이 살아나서 전체적으로 가속력을 미세하게 조절하기 쉽게 설정돼 있다. 브레이크도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제동력이 선형적으로 증가해 차를 부드럽게 정지시킬 수 있도록 세팅돼 있다. 벤츠가 가장 잘하는 부분 중 하나다.

벤츠는 오픈카의 멋진 보디라인을 가지면서도 4명이 편안하게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고, 지붕을 열었을 때도 산만하지 않게 주행을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E350 카브리올레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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