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문화마케팅 vs 허세… 자동차 경기 살아나면서 ‘신차발표회’ 화제

동아일보 입력 2010-09-16 03:00수정 2010-09-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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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화려하게, 세상의 눈을 사로잡자
국악과 수입차의 만남, 호텔에서의 패션쇼… 신차발표회가 다양하게 변신한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 신차발표회

‘뉴 아우디 R8’ 신차발표회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야외마당에 차려진 무대 대형 스크린에는 ‘E’라는 대형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여름 밤 잔디마당에 차려진 테이블에는 은은한 촛불이 켜져 있었고, 주위에는 고급 정장을 차려 입은 남녀 600여 명이 앉아 있었다. 경쾌한 장단의 국악 연주가 시작되고 밤하늘에 불꽃이 터지자 무대 위로 흰색과 검은색의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한 대씩 올라왔다. 차량 운전자 중에는 이날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다임러의 울리히 와커 동북아시아 지역 총괄 최고경영자(CEO)도 있었다. 이어 국내 정상급 재즈보컬 나윤선 씨의 노래와 숙명여대 가야금 연주단 이 비보이팀과 함께한 합동 공연, ‘서울 로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코리안 앙상블 ‘판’의 협연이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열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더 뉴 E클래스’ 신차발표회 현장의 모습이다.》

문화 마케팅과 ‘허세’ 사이

국립국악원과 고급 수입자동차, 국악 연주와 재즈 공연을 연결한 이 신차발표회는 그 자체로도 화제가 돼 외국 회사의 현지화 케이스나 기상천외한 장소에서 홍보 행사를 여는 ‘아웃사이드 마케팅’ 사례로 기사화되기도 했다. 반대로 ‘외제차 발표회가 국악 행사냐’라며 국립국악원을 비난한 이들도 있었다.

어쨌건 7년 만에 나온 9세대 E클래스의 콘셉트를 “62년의 전통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혁신적인 차”로 정하고 이를 이슈화하려 했던 벤츠코리아 측의 의도는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신차발표회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만 E클래스는 출시되자마자 판매 돌풍을 일으켰으며, 주력 차종인 ‘E300 엘레강스’는 지난해 9, 10월 두 달 연속으로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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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기가 살아나면서 고급차·수입차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신차발표회의 호사스러움이 점점 더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입소문을 확실하게 내야 할 필요가 있는 주력 모델을 VIP 고객들에게 선보일 때에는 5성 호텔에서 유명 연예인을 불러 볼거리를 선사하면서 최고급 요리를 대접하는 초호화 파티를 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올 뉴 인피니티 M’ 출시 행사
7일 GM대우자동차가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클럽&스파 서울에서 법조·의료·산업·문화예술 분야 각계 인사 300여 명을 초청해 연 ‘알페온 론칭쇼’에서는 가수 겸 방송인 이현우 씨가 사회를 보고 재즈 보컬 웅산이 노래를 불렀다. 한국닛산은 올해 5월 ‘올 뉴 인피니티 M’ 신차발표회를 열며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그룹인 ‘태양의 서커스’ 팀을 초청해 인피니티 고객만을 상대로 화려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수영장에서 ‘뉴 아우디 R8’을 공개하면서 수영장 한가운데 기둥을 설치하고 그 위에 차량을 올려놔 마치 차가 물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눈길 끄는 것만으론 ‘부족’

이 같은 신차발표회를 한 번 개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아무리 저렴하게 치러도 최소한 억대’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도 나날이 그 호화로움의 도가 더해지는 것은 그만큼 판매에 미치는 효과가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잘 만든 신차발표회 하나가 열 광고 안 부럽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2005년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공연 형식으로 진행한 벤츠코리아의 S클래스 신차발표회에서는 초청 받은 잠재 고객 1000여 명이 발표회 당일에 600대가량을 주문하기도 했다.

‘쏘나타 2.4’ 출시 패션쇼
단순히 현장 계약 건수가 많거나 세간에 화제가 됐다고 해서 성공한 신차발표회는 아니다. 그보다는 참석자들이나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신차발표회를 접한 잠재 고객들에게 차량 콘셉트를 정확하게 전달해 이를 판매로 연결시키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이상봉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쏘나타 GDi’의 신차발표회로 삼았다. 쏘나타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부각시킨다는 의도였다. BMW코리아는 “비즈니스와 레저 양쪽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라며 6월 ‘그란투리스모’ 신차발표회 행사장을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 마련했다.

기아차 ‘K7’ 출시와 이병헌
무대에 오르는 유명인은 몇 달에 걸쳐 공을 들인 섭외의 결과물이다. 7일 폭스바겐코리아의 신형 ‘페이톤’ 신차발표회에서는 차범근 전 월드컵국가대표팀 감독이 마이크를 잡고 “신형 페이톤은 내 제2의 고향인 독일이 만든 최고의 자동차”라고 신차를 추켜세웠다.

지난해 11월 기아자동차의 ‘K7’ 신차발표회에서는 강만수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축사를 했으며,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2008년 크라이슬러코리아의 ‘세브링 터보 디젤’ 신차발표회에 참석해 차량을 홍보했다.
몇 달 전부터 행사 준비해

주요 국내 자동차회사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가까이 신차발표회를 준비하며 차량 특성에 어울리는 장소와 행사 콘셉트를 정한다고 한다. 신차발표회만 전문으로 하는 이벤트 대행사가 있을 정도이며, 행사 날짜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들끼리 서로 상의도 한다.

볼보 ‘V50’ 신차발표회 준비
아무리 치밀하게 준비해도 사람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도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2006년 서울 남산 N서울타워 야외광장에서 연 ‘V50’ 신차발표회는 당시 상당한 호평을 얻었지만 담당자들은 전날까지 비가 내리는 바람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최근 모 수입차회사가 연 신차발표회는 태풍으로 본사 임원이 참석하지 못했으며, 무대 세트가 무너지는 바람에 사고 소식으로 사회면에 신차발표회 기사가 실린 적도 있었다.

주력 모델 신차발표회일 경우에는 보도발표회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구분하는 것이 보통인데, 보도발표회는 기자들의 마감시간을 고려해 더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진행한다. 기존 차량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은 페이스리프트 모델 등을 선보일 때에는 사진기자들을 불러 포토세션을 여는 것으로 신차발표회를 대신하기도 한다.

차량 특성 때문에 신차발표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올해 1월 국내에 들어온 판매가격 8억 원짜리 ‘마이바흐 62 제플린’은 신차발표회를 열지 않았다. 100대를 한정 생산해 국내에 배정된 물량이 3대뿐이었고, 어차피 마이바흐를 타는 사람들은 신차발표회를 하건 하지 않건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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