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28>人未有自致者也나 必也親喪乎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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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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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子張’의 제17장은 曾子가 스승 공자에게서 들은 위의 말을 전한다. 致는 극진히 한다는 뜻으로 자기의 진정을 극진하게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必也는 ‘반드시’라는 뜻이고, 乎는 추정과 감탄의 어조를 나타낸다.

증자가 전하는 공자의 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달리 풀이할 수 있다. 대개는 주자의 설을 따라 세간의 일은 특별히 힘쓰지 않고 저절로 자신의 진정을 다하는 일이 좀처럼 없지만 부모상에는 반드시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윤리적 當然之事(당연지사)를 말했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일에서는 자발적으로 자기 정성을 다하지 못하지만 ‘부모상을 당했을 때는 반드시 자기 정성을 다하게 마련이로다!’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곧, 부모상을 당한 사람은 惻달(측달)의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온다고 확인한 말로 볼 수 있다. 여기서는 후자의 뜻으로 풀이했다.

박지원은 31세 되던 1767년에 부친이 향년 65세로 별세하자 평소 자식 구실을 못했다고 자책하고 상중에나 모든 정성을 바치려 했지만 고질을 앓아 몸소 上食을 받든 날조차 많지 못했다. 그래서 3년상이 다할 무렵 친구에게 보낸 답장에서 소리 내어 울려 해도 울 곳이 없어 통탄스럽다고 했다. 부모상을 당한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후회하고 애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옛사람들은 부모상 때 너무 슬퍼하다가 수척해져서 죽기까지 하면 ‘부모의 후사를 끊는 불효’라 했다. 그렇기에 ‘예기’에서는 상중의 사람은 몸에 종기가 나면 몸을 씻고 머리에 부스럼이 나면 머리를 감으며 병이 나면 술과 고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식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다 돌아가신 부친을 생각하면 이제도 뜨거운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아아.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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