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인을 문병하러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인근 수서동 화훼단지에 갔습니다. 봄을 집 안으로 들이는 데는 화분이 제격이지요. 동행한 친정 엄마는 “볕이 잘 드는 아파트 베란다에 놓겠다”며 작은 제라늄 화분들을 골랐습니다. 평소 덜렁거리는 성격으로 화분 말려 죽이는 데 전문인 저도 화사한 봄날의 꽃들에 마음이 흔들려 빨간색 선인장 하나를 골랐습니다.
오랜만에 꽃시장에 간 저로선 화분들의 ‘착한 가격’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선인장이며 고추 모종이며 튤립이며 작은 화분 하나에 2000원이면 족했습니다. 고상한 자태를 뽐내던 철쭉 화분은 꽤 큰 크기였는데도 7000원이었습니다. 식물 비료는 1000원.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사 먹는 돈으로 화분 하나, 비료 하나 살 수 있었습니다.
실은 정직한 몸이 “좀 쉬어라”고 외쳐대는 통에 며칠간 휴가를 쓴 직후였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남녀노소 늘 고민할 ‘일과 가정의 밸런스’뿐 아니라 평소 자세의 밸런스도 중요합니다. 삐뚤어진 자세가 지속되면 몸이 아파지고, 아픈 몸은 정신까지 병들게 하니까요. 봄 화분들은 매우 소곤소곤한 목소리로 밝고 건강한 정신을 깨우쳐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장미 화분이었습니다. 아름드리 큰 화분에 심어진 장미는 2만5000원이라고 했습니다. 달마다 탄생석이 있듯 탄생화도 있습니다. 4월의 보석은 다이아몬드, 4월의 꽃은 장미입니다. 언젠가 친구의 남편이 친구에게 꽃을 선물하면서 건넨 카드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네게 꽃을 보낸다’. 한 번 시들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장미 꽃다발 대신 다이아몬드처럼 소중한 사람들에게 장미 화분을 선물하면 어떨까요.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라고 노래도 부르면서….
전 장미 화분을 보면서 뜬금없이 성이 장 씨요, 이름 첫 글자가 ‘민’인 한 젊은 여성을 떠올렸습니다. 어느 회사 신입사원인 그녀는 늘 생글생글한 얼굴로 선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직장 상사는 말했습니다. “일이 많은 걸 뻔히 알면서 시켜도 ‘아니요’란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아요. 그러니 어느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화창한 봄날입니다. 장미 화분 들여놓고 감상하면서 삶의 긍정적 태도를 상기하면 좋겠습니다. 이왕 해야 할 일들이라면, 즐겁게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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