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난 돈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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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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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9시 30분에 일어났다. 토스트와 차로 아침식사를 했다(팁 $2, 빨래 $1).’(1977년 1월 16일)

‘사무실에 갔다. 봉투 몇 개를 그냥 버렸다는 이유로 캐럴 로저스와 싸웠다. 그녀는 봉투가 35센트밖에 안 한다고 했지만 나는 2달러나 한다고 하면서 그걸 증명해줬다.’(1980년 9월 18일)

앤디 워홀이 친구(팻 해켓)에게 전화로 불러줘 대필시킨 일기에 담긴 내용이다. 방대한 일기책에서 아무 곳을 펼쳐도 택시비 등 돈에 대한 기록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다. 궁핍한 환경에서 태어나 대공황기를 겪은 작가의 돈에 대한 집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돈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길을 걸어갈 때, 나는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저기 세상에서 돈이 제일 많은 사람이 지나간다.’”

이런 워홀이 돈을 예술의 지위로 격상시킨 것은 당연한 귀결. 그토록 좋아한 돈을 상징하는 달러 기호 하나로 대형 캔버스를 가득 채웠다. 돈에 관한 작품 중에서 1달러 지폐를 연속 배열한 실크스크린 회화(‘200 One Dollar Bills’·1962년)도 유명하다. 돈은 아름답고, 그 자체로 예술이라는 생각을 담은 이 작품은 11월 소더비 옥션에서 무려 4370만 달러에 팔렸다.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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