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불빛 뒤의 그늘진 사랑

  • 입력 2009년 9월 29일 02시 58분


코멘트
장편 ‘장한가’ 국내 출간
中 소설가 왕안이씨 방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도시, 중국 상하이(上海). 문화대혁명 종결 후 개혁개방을 표방해온 상하이는 빠른 경제발전 속도만큼이나 물신주의가 팽배한 거대 도시로 변했다.

정치적, 경제적 격동의 중심지 상하이를 배경으로 여성의 욕망과 좌절을 그린 중국 작가 왕안이(王安憶·55·사진) 씨의 ‘장한가’(은행나무)가 최근 출간됐다. ‘장한가(長恨歌)’는 국내에 소개되는 왕안이 씨의 첫 책.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그를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상하이작가협회 주석인 그는 아시아지역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제2회 이병주국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에서 상하이란 도시는 수많은 욕망과 역사의 질곡이 뒤엉킨 상징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상하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화려한 대로 뒤쪽에 위치한 수많은 골목”이라며 “젊은 여성들은 인구가 밀집한 좁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백화점과 고급상점이 즐비한 대로의 풍경을 보며 화려한 꿈에 젖는다”고 말했다.

주인공 왕치야오 역시 전형적인 상하이 골목의 소녀다. 하지만 빼어난 미모로 미스 상하이가 되는 순간부터 그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꿈꾸던 것처럼 마냥 화려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 도시의 격변에 휩싸여 권력자의 애첩으로, 그리고 미혼모로 평탄치 못한 삶을 살던 그는 결국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미스 상하이 출신의 50대 여성이 20대 젊은 남성에게 살해당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장한가’라는 제목은 당 현종과 양귀비의 비련의 사랑을 노래한 당나라 백거이의 시에서 따왔다. 그는 “내 소설은 경제지향적인 도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낮은 계급 사람들 간의 슬픈 사랑을 다뤘다”며 “당나라 시대 제왕들의 사랑을 다룬 이 시 제목을 가져옴으로써 풍자적인 의미를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