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스케스의 ‘흰 옷의 왕녀 마르가리타’(1656년)가 통통한 몸매와 유난히 작은 얼굴을 가진 ‘무표정 공주’로 변신했다. 거장의 그림을 특유의 부풀려진 형태로 변형해온 보테로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보테로는 1952년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직접 접한 뒤 자신의 작업에 있어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해 작가는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가 아니라 표현양식임을 입증한다. 똑같은 소재를 그려도 예술가의 독창성에 따라 얼마나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