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컴퓨터 개발 선구자 튜링의 파란만장 삶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6분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 앨런 튜링과 컴퓨터의 발명/데이비드 리비트 지음·고중숙 옮김/398쪽·1만8000원·승산

1999년 3월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20인의 과학자와 사상가’의 한 명으로 앨런 튜링(1912∼1954)을 꼽았다. “거의 모든 현대 컴퓨터는 1940년대 이뤄진 튜링의 업적을 바탕으로 미국의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정립한 기본적인 계산기 구조의 변종들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책은 미국 플로리다대 영문과 교수이자 작가인 저자가 풀어낸 영국의 천재 수학자 튜링의 평전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시에서 태어난 튜링은 명문 킹스칼리지를 졸업하고 아인슈타인이 있던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엘리트 수학자였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기운이 감돌던 1938년 프린스턴대를 떠나 영국 정부의 암호해독 연구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1943년 튜링과 동료들은 독일군이 암호기로 만든 암호들을 해독하는 연산컴퓨터인 ‘콜로서스’를 만들어 연합군의 승리에 공헌했다. 이때 밑바탕이 된 것이 1936년 튜링이 발표한 논문이었다. 수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의 프로그램 기계를 상정한 그의 논문이 암호해독 기계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하지만 튜링은 불운했다.

전쟁이 끝나자 암호해독 연구는 국가기밀이 됐고 그는 국가의 감시 대상이 됐다. 또 야심 차게 준비하던 자동계산엔진(ACE)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 제작은 1952년 초 그가 동성애 혐의로 체포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사법당국은 그를 체포해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를 했다. 1954년 6월 8일 튜링은 자신의 방에서 청산가리가 묻은 사과를 먹고 숨진 채 발견됐다.

저자는 동성애와 자살로 인해 컴퓨터 발달에 대한 튜링의 기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쓸모없게 여기는 순수 수학의 머나먼 영토와 산업계를 멋들어지게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컴퓨터 발달에 기여한 인물을 다루는 책으로는 ‘컴퓨터의 아버지 배비지’(바다출판사)가 있다. 과학사를 전공했으며 하버드대 부학장을 지낸 저자는 인간을 방정식으로부터 해방시킬 기계를 만들겠다며 현대 컴퓨터의 선조 격인 디지털계산기와 분석기계를 고안하고 개선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수학자 찰스 배비지를 조명한다.

‘수학자, 컴퓨터를 만들다’(지식의풍경)는 7명의 천재 수학자가 수학과 논리학 연구를 통해 컴퓨터 발전에 공헌한 과정을 보여 준다. 수학자인 저자는 17세기 현대 컴퓨터를 움직이는 이진법을 고안해 낸 라이프니츠와, 결벽증과 우울증 때문에 굶어죽었던 괴델 등 위대한 선배들의 범상치 않은 삶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컴퓨터의 역사’(한길사)는 기원전 1만 년 전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셈법에서 출발해 컴퓨터가 등장하기까지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전체 기간을 7개로 나눈 뒤 각각의 기간에 있었던 중요한 발명과 빌 게이츠 등 주요 인물을 소개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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