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67명에 교수-강사 14명 “통섭 가르치며 서로 배워요”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2일 연세대의 ‘과학기술 그리고 사회’ 강의에서 송기원 교수(가운데)가 과학의 성과와 과학자의 윤리에 대해 발표하는 학생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2일 연세대의 ‘과학기술 그리고 사회’ 강의에서 송기원 교수(가운데)가 과학의 성과와 과학자의 윤리에 대해 발표하는 학생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 연대 ‘… 그리고 사회’ 수업

2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종합관 405호 강의실.

방연상(신학) 교수가 “일부 진화론자들이 적자생존론을 외치며 나치의 홀로코스트 정당화에 동원된 데에서 보듯 과학기술과 사회 발전이 함께 가려면 과학자의 ‘선한 의지’가 중요하다”며 강의를 마친 뒤 이날 발표를 맡은 학생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 학생이 과학 발전이 인류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발표하자 “과학 연구에 윤리 지침이 필요하다” “문제는 개인 윤리가 아니라 제도적 통제 체계”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학생들 틈에서 함께 수업에 참가한 이삼열(행정학) 교수가 “과학기술 발전으로 곡물 생산이 늘고 인간 수명이 길어지는 등 혜택은 막대한 반면 폐해는 그야말로 의도되지 않은 부작용일 뿐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놓고 10여 분 토론이 이어지자 이번엔 이 교수 옆에 있던 송기원(생화학) 교수가 “과학이 성과주의에 매몰되면 제2의 황우석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 강의는 학부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연세대 교수 13명과 외부강사 1명이 가르치는 ‘과학 기술 그리고 사회(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다.

송 교수와 이 교수가 공동으로 이번 학기에 처음 개설한 이 강의는 이 학교 ‘과학기술과 사회연구포럼’이 내놓은 첫 성과다. 이 포럼은 두 교수를 포함해 인문사회계와 이공계 학생들에게 그들이 전공하는 학문들이 어떻게 서로 연계돼 있는지 알아보자는 취지로 연세대 교수 14명이 지난해 7월 결성한 모임.

포럼 회원들은 1년여의 세미나를 거쳐 이번에 강의를 개설했다. 송 교수와 이 교수가 전담하고 나머지 12명의 회원 중 11명이 1주씩 돌아가며 각자의 전공 분야를 강의한다. 문화인류학(조한혜정)과 사회학(김왕배)에서 토목환경공학(박준홍)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교수들이 망라돼 있다.

박희준(정보산업공학) 교수는 ‘지식을 의미하는 단어 knowledge가 고어로 성관계를 의미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사회의 경쟁력 향상과 과학기술의 역할’을, 조용수(세라믹공학) 교수는 ‘신문에 발표된 과학기술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사용하게 되나-첨단과학기술의 출발점, 상업화 그리고 파급효과’를 주제로 강의하는 식이다.

일부 국내 대학 학부과정에도 이런 ‘통섭(학문융합)’ 성격의 강의가 개설돼 있으나 대부분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을 공부한 교수 2, 3명이 강의를 전담한다. 각 분야의 전공 교수 13명이 참여하는 강의는 이례적이다.

송 교수가 “강의 개설자 2명을 제외한 11명의 교수는 강의 실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강사료도 없지만 모두 정성을 다한다”고 하자, 이 교수는 “농담 삼아 학생들에게 ‘교수 11명이 여러분을 위해 노력봉사하고 있다’고 얘기한다”며 웃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워 수강 신청 하루 만에 67명 정원이 마감됐고 강의 시간에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송 교수는 “다음 학기에도 포럼의 다른 회원들 가운데 자연과학자 1명과 인문사회학자 1명을 뽑아 지금과 같은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전담자 2명을 제외한 다른 회원들의 ‘품앗이 강의’는 그대로 이어진다”고 했다. 포럼은 이번 학기가 끝난 뒤 강의 내용을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