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그 거리를 걷고 싶다

  • 입력 2008년 8월 29일 02시 55분


소박하고 개성넘치는 골목길… 관광명소 활용을

신사동, 서초동, 삼청동, 부암동, 상수동….

시쳇말로 요즘 ‘뜬다’, 혹은 ‘떴다’는 서울 동네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작지만 예쁜, 개성있게 단장된 ‘거리’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강남구 신사동에는 가로수길(사진)이, 서초구 서초동에는 ‘서래마을’로 대표되는 프랑스풍의 이국적인 길이 있습니다. 종로구의 삼청동에는 아기자기한 상점가가, 부암동과 가회동을 잇는 길에는 고즈넉한 전통미가 살아있는 골목길이 이리저리 뻗어있죠.

이뿐인가요. 앞 동네들에 비하면 무명(無名)에 가까웠던 마포구 상수동에는 최근 1, 2년 새 수준 높은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카페들로 ‘카페길’이 조성돼 번잡한 홍대 앞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들 거리는 강남역, 명동, 신촌 일대의 그것들과는 다릅니다. 화려한 간판도, 행인을 압도하는 웅장한 건물도 없습니다. 길의 너비는 ‘대로’라기보다 ‘골목길’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서울 사람들은 끝없이 이 작은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거리의 정취를 음미하며 천천히 걸을 수 있고, 길 양편을 오가며 개성 넘치는 주택과 상점을 둘러보는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기 때문이지요.

거대하고 천편일률적인, 또는 협소하고 지저분한 거리가 대부분인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이 골목길들은 찌든 도시 사람들에게 달콤한 주말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들 동네는 스트리트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땅값도 오르고,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하네요.

참 많은 사람들이 ‘느리게 걸을 수 있는’, ‘소박한 재미가 있는’, ‘아름다운 쉴 곳이 있는’ 길을 갈망하고 있나 봅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들 거리마저도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정취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서 동네마다 이런 거리가 생겨난다면 서울의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큰돈을 들여 웅장한 건물을 짓고, 유명한 조형물을 설치해 홍보하는 것보다 어쩌면 ‘동네 골목길’을 살리는 것이 관광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미국 뉴욕의 명물이긴 하지만 그 빌딩을 두 번 보려고 뉴욕을 다시 찾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말이죠.

뉴욕의 첼시와 소호, 도쿄(東京)의 다이칸야마(代官山)나 나카메구로(中目黑) 같은 소소한 동네 골목의 재미가 살아있는 서울의 길을 더 보고 싶습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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