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어디로 번질지 정부에 달렸다”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추석까지 요구사항 수용되지 않을땐

범승려대회 등으로 반발수위 높일것”

■ 불교계 다음 발걸음은

불교계는 27일 사상 가장 많은 불자가 모여 세를 과시한 범불교도대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돼 열기나 규모 면에서 모두 성공했다는 분위기다.

대회 봉행위원회는 “이번 대회는 27개 종단이 범불교적으로 참여해 여법하게 치러졌다”며 “정부의 종교 편향에 반대하는 2000만 불자의 결집된 힘과 의지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봉행위가 이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만큼 추석 연휴 전까지 정부 조치를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앞으로 정부의 대응과 불심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심, 어디로 가나=봉행위는 “불심이 어디로 갈지는 정부에 달려 있다”며 납득할 수 있는 정부 조치가 없다면 추석 이후 △영남권을 시작으로 한 지역별 불교도대회 △다른 단체와의 연대 △범승려대회 등으로 수위가 높아지고 반(反)정부 성향도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불교계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불심을 달랠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여기고 있다.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종교 편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하긴 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상임 봉행위원장인 원학 스님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로 창구를 단일화해 대화를 나누면서 대통령 사과와 더불어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서로 이뤄졌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청와대 비서진이 불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과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4가지 문제가 풀릴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범불교도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봉행위 대변인 승원 스님은 “오늘 대회에서 극한 대응 방식을 주장하는 스님도 여럿 있었으나 말렸다”며 “불교계를 극한 상황으로 내몬다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심, 왜 이러나=불교계는 그동안 정부의 종교 차별 사례에 대해 시정을 촉구해왔지만 애초부터 대규모 범불교도대회를 추진한 것은 아니다. 불교환경연대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시국법회를 주도해온 일부 그룹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큰 흐름은 대화를 통해 정부의 종교 차별을 바로잡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교계의 분위기는 지난달 29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탄 차량에 대한 과잉 검문 사건을 계기로 범불교도대회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한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총무원을 찾아 사과했는데도 한 주 뒤 불교계의 어른인 총무원장의 차량을 뒤지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불교계가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부의 종교 편향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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