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유산을 문화공간으로]<3>대구 수창동 옛 연초제조창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대구 중구 수창동의 KT&G 옛 연초제조창은 2013년 복합문화공간인 ‘대구문화창조발전소’로 거듭날 예정이다. 사진 제공 대구시
대구 중구 수창동의 KT&G 옛 연초제조창은 2013년 복합문화공간인 ‘대구문화창조발전소’로 거듭날 예정이다. 사진 제공 대구시
담배 연기 사라진곳, 복합문화예술 향기로

올망졸망한 회색 건물들. 철근콘크리트 벽체는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균열이 생겼다. 철제 지붕과 파이프는 붉은 녹이 여러 겹 쌓여 새까맣게 보인다.

대구 중구 수창동 1에 위치한 KT&G의 옛 연초제조창은 1923년 건립된 한국 최초의 담배제조 공장이다. 1981년까지 부분 보수를 거듭하며 한국 담배산업의 중추시설로 쓰였지만 1996년 6월 시설 노후로 폐쇄됐다. 공장이 폐쇄된 뒤 주변 지역은 공동화(空洞化)가 심해져 황량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대구시는 이 버려진 공간을 재구성해 지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대구문화창조발전소’ 계획안을 7일 발표했다.

1만5176m² 넓이의 용지에 있는 연면적 4만9320m²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 2채를 보수해 문화예술복합연구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 스튜디오, 화랑, 아이디어 연구기관, 시민 휴게공간,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문화예술을 주제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시는 내년까지 실시설계 계획을 확정하고 2011년까지 별관 리노베이션과 야외공원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본관 리노베이션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래돼서 못 쓰게 된 근대산업시설을 활용해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해외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 중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 위치한 ‘엠셔 파크’. 루르 공업지대의 중심부인 이곳은 150여 년 동안 독일의 철강과 기계산업을 주도했다.

국가 산업의 재편이 이루어지면서 표면화된 환경오염과 자연훼손, 거주민들의 피폐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 1987년 국제설계경기가 열렸다. 이후 10년 동안 건축가, 조경전문가, 예술가, 환경단체, 지방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조성한 공원은 도시재생사업의 모범이 됐다. 대구문화창조발전소 추진위원으로 참여한 김영태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은 “단순히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산업과 연계해 창조적 활동을 벌이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지역민은 물론 세계인이 참여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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