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전도사 이영자 “결심만 작심삼일? 해답은 작심삼초!”

  • 입력 2008년 6월 20일 08시 08분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쇠심줄보다 더 안 끊어지는 게 담배입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끊겠노라’ 해놓고 지키지 못해 가족들 앞에 체면을 구기게 만드는 ‘가장의 적’ 또한 담배죠.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착잡한 마음에 슬그머니 한 대 또 피워 무는 것이 담배입니다. 금연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미리 겁부터 먹을 일도 아닙니다. 오늘 제가 알려드릴 ‘금연비법’이라면 누구나 쉽게 몸과 마음을 담배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키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저를 믿고 시작해보실까요?》

금연은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해야 합니다. 먼저 준비단계.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해야 하듯 금연도 워밍업이 필요하지요.

준비단계는 약 2주 정도가 적당합니다. 우선 스스로 흡연자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흡연을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하루에 얼마나 피는가… . 담배 한 개비에는 대략 1mg 정도의 니코틴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하루 치사량은 40mg 라고 하지요. 즉 하루 두 갑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치사량을 매일 들이마시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단 자신이 이런 독극물에 노출되어 있는 ‘위험인물’이라는 인식을 갖습니다.

이제 날짜를 잡습니다. 이미 말씀 드렸듯 2주 정도의 준비 기간이 적당합니다. 이왕이면 의미 있는 날이 좋습니다. 결혼기념일이라든지 아내·아이의 생일, ‘금연을 통해 다시 태어나겠다’라는 뜻으로 본인의 생일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 날은 여러분이 담배라는 마약으로부터 탈출하는 기념비적인 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이 왔습니다. 드디어 금연의 실천단계에 진입하는 날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콜드 터키(Cold Turkey)’라고 해서 그날로 ‘딱’ 끊어버리는 겁니다. 하지만 흡연을 오래하신 분이나 의지력이 약하신 분들에겐 무리겠죠. 그런 분들은 조금씩 담배를 줄여나가는 ‘줄금법’을 추천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담배부터 찾으시죠?

하지만 D-데이부터는 이 시간을 하루에 1시간씩 늦추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아침 6시에 피우는 습관이 있었다면 7시로, 다음 날은 8시로, 다음은 9시… 이렇게 줄여나가다가 ‘괜찮다’ 싶어지면 50%로 다운시키는 거지요.

가장 중요한 연습은 ‘한 순간 참기’입니다. 보통 흡연 욕구는 하루에 20번 정도 찾아옵니다. 짧으면 3초, 길면 3분 정도 강렬한 유혹이 발생합니다. 바로 이 순간을 넘기는 훈련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흡연욕구가 생길 때마다 물을 마셔주는 겁니다. 니코틴의 부산물인 코티닌은 소변으로 배설이 되거든요(타르는 거의 몸에 다 쌓입니다). 아무리 금연이 좋다고 해도 하루 종일 물만 마실 수는 없겠죠? 그럴 땐 몸을 움직이세요.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사무실을 한 바퀴 돈다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담배생각을 지워야 합니다.

그래도 참을 수 없다면 담배 대신 입을 심심치 않게 만들 대체물을 활용할 차례입니다. 무가당 사탕이나 비스킷, 견과류가 좋습니다. 어떤 분은 계피를 잘라서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씹으신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오이, 당근을 얇게 썰어서 하나씩 꺼내 먹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만.

금단증상이 너무 심해 견딜 수 없다? 그런 분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전국 보건소에는 어디나 금연클리닉이 설치되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6주간 코스로 이루어지며, 상담과 금연 보조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낮에는 그럭저럭 잘 참아내다가 밤에 무너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로 술자리에서죠. 술자리에서 담배 한 대의 유혹은 사막에서의 냉수 한 잔처럼 강력합니다. 니코틴과 알코올, 카페인 3인방은 아주 우의(?)가 돈독한 친구들이지요. 금연기간 중에는 술자리를 멀리 하셔야 이길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을 잡지 마세요. “나는 1년 동안 절대 금연하겠다!”라는 것은 과욕입니다. 우선 당장은 ‘3초 참기’부터 시작하세요. 3초가 1분이 되고, 1분이 1시간이 되고, 1시간이 하루가 되고, 하루가 일주일, 일주일이 한 달 … 그렇게 해서 6개월이면 이론적으로 금연 성공!

흡연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소리 없는 폭력입니다. 반면 금연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든든한 생명보험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건강을 위해, 딱 3초만 시간을 내보지 않으시겠어요?

실전! 금연 클리닉 Q&A

Q. 저는 몸을 생각해서 타르 0.5mm 담배만 피웁니다. 그래도 금연을 해야 합니까?

A. 니코틴이 몸 안에 들어오면 4∼7초 만에 두뇌에 전달이 됩니다. 뇌에 한 번 전달되면 니코틴 수용체가 생성되고, 하루의 용량이 메모리되지요. 저타르 담배를 피게 되면 뇌에서 ‘용량이 적으니 니코틴을 더 보내라’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결국 일반 담배 한 갑 피우던 사람이 순한 담배는 한 갑반, 두 갑을 피우게 된다는 얘기이지요.

Q. 살을 빼기 위해서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금연을 하면 살이 찔까봐 두려워요.

A. 다이어트와 흡연이 전혀 무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흡연을 하면 혀의 미각세포가 퇴화되고, 그러다보니 맛을 잘 느끼지 못해 음식을 적게 먹게 되지요. 게다가 니코틴을 해독하기 위해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이루어지다보니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 살이 빠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몸에 암세포를 키우면서까지 살을(빠져봐야 아주 약간이겠지만) 빼고 싶으신가요? 남자가 흡연을 할 경우 호르몬의 영향으로 뱃살이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답니다.

이 영 자

간호학 박사로 국군간호사관학교 교수, 육군 간호장교 대위 퇴역, 존홉킨스대

학 리서치 펠로우를 거쳐 현재 (사)한국금연운동협의회 기획실장으로 있다.

국가기금사업(금연지도자교육) 책임연구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건강관리

론’ ‘5&6금연교실’ ‘2&4흡연예방교육’ ‘NS610 금연상담프로그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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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성표 감동의 성찬 ‘마법의 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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