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타인이 본 미인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美의 기준, 남의 생각 따르는 경향… ‘사실’ 확인해야

미인 선발대회가 열렸다. 미용 전문가와 의학자,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 10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심사위원들은 1등을 뽑을 때 어떤 후보에게 후한 점수를 줄까.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들이 예쁘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고 한다. 미국의 마케팅 교과서에 실려 있는 사례다.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은 여성의 화장습관에 대해 소비자조사를 하고 있다. 한국 여성들의 화장습관이 섬세하고 사계절이 뚜렷해 화장품을 연구개발하기에 딱 좋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소비자조사를 할 때도 위의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여성들의 속눈썹을 위로 세우는 마스카라를 바르는 습관에 대해 조사를 할 때는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다. 평소 마스카라를 바르는 사람을 회사 테스트센터로 불러 ‘평소 쓰는 화장품 도구를 가져와 평소와 똑같이 화장을 하라’고 주문한다. 소비자들이 화장하는 모습 전체를 비디오로 찍어 놓고 마스카라 화장법을 연구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화장 전에 소비자들에게 “평소 마스카라 화장을 할 때 몇 번 바르느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5∼10번”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화장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대다수는 40번 이상 마스카라를 발랐다. 예쁘게 속눈썹이 위로 올라가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바르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5∼10번”이라고 대답했을까. 남들이 그럴 것이라고 믿는 수치를 대답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스스로의 기준과 판단에 의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때조차 ‘타인’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 물건을 만들 때도 ‘타인의 기준’에 따르는 게 더 팔기 쉽지 않을까? 어차피 물건을 살 때는 (남의 판단일지도 모르는) 내 판단으로 사게 되니까 말이다.

로레알코리아 윤여란(의학박사·전무) R&D소장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기업이 소비자조사를 할 때는 단순히 ‘트렌드’가 아닌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물건을 만들었을 때 소비자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 호소할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상품을 만들 때만 ‘팩트 파인딩(fact finding·사실 확인)’이 필요한 건 아니다. 자기 생활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혹시 당신은 스스로의 생각이라고 믿고 있지만 남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은 얼마나 ‘사실’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하임숙 산업부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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