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재벌의 뿌리’ 경성의 토착 상인들…‘경성상계’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 경성상계/박상하 지음/300쪽·1만2500원·생각의나무

‘백윤수는 종로 육의전에서 조상 대대로 견직물 시전을 경영해온 거상이다. 혹독한 화폐 개혁의 고비를 힘겹게 넘어선 1907년에는 전통적인 시전 상인의 모습에서 탈피해 기업 형태의 백윤수상점을 열었다. 1916년에는 다시 지금의 종로 2가 종각 건물 바로 옆에 대창무역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종로 육의전의 마지막 후손이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시켜줬다.’

‘고물상으로 시작한 최남은 1931년 종로 2가에 백화점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동아백화점이다. 최남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백화점을 운영했다. 그 가운데 점원의 절반을 여점원으로 뽑은 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성들이 상점에서 남자 손님들에게 물건을 파는 풍경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당시 이 여성 점원들은 남자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경성(京城)의 상계(商界)라는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1945년 광복 전후까지 근대기 경성의 재계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광복 이전 한국에는 재계사(財界史)로 분류할 만한 이야기가 없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당시 재계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상업이라고는 종로 네거리의 ‘육의전’이 전부였던 조선에 일본이 월등한 자본을 앞세워 진출하자 토착상인들은 경성 상계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근대화와 함께 뿌리내리기 시작한 경성의 자본주의 진행 과정과 경성을 주름잡으며 자가용을 타고 다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의사, 두부장수, 인력거 인부 등 당시를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의 경제생활을 엿볼 수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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