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숭례문’ 박물관으로 가다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2분


보존 처리한 숯덩이 추녀

화재 당시의 처참함 생생

내달 경복궁으로 옮겨져

1년간 정밀진단후에 전시

2월 10일 숭례문이 불탄 지 두 달여 만에 숭례문 화재 현장 수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15일 찾은 숭례문의 1, 2층 누각 내부는 기둥과 보 등 부재(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여러 재료)가 많이 훼손돼 있었으나 불탄 부재와 잔해를 모두 건물 밖(가림막 안쪽)으로 옮겨 비교적 말끔한 모습이었다.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은 이날 “사실상 숭례문 화재 현장을 수습하는 단계는 끝났다”며 “이달 말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인근에 부재 보관 장소 설치가 끝나는 대로 다음 달 초 수습한 부재를 모두 경복궁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림막 안에선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 연구원들이 여러 개의 공포(처마를 받치기 위해 기둥 위부터 대들보 아래 사이에 짧은 부재를 중첩해서 화려하게 짜 맞춘 것)가 이어진 커다란 부재를 불탄 상태 그대로 보존 처리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긴 쪽이 6m, 짧은 쪽이 2m를 넘는 부재 겉면에 수지 성분의 화학약품을 조심스럽게 뿌렸다. 탄화된 표면을 딱딱하게 굳혀 웬만한 충격에도 훼손되지 않게 하는 작업이다.

보존과학연구실 김순관 학예연구사는 “약품의 화학성분이 부재를 훼손시킬 것을 우려해 소나무를 태운 뒤 여러 약품으로 임상시험을 해 목재 훼손이 가장 적으면서도 보존력이 뛰어난 약품을 골라냈다”고 말했다.

불에 타버린 부재를 조심스럽게 보존 처리하는 까닭은 뭘까. 국립문화재연구소 전통건축연구실 강현 학예연구사는 “영구 보존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숭례문 화재를 잊지 않기 위해 불탄 주요 부재를 전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추녀, 공포, 기둥, 보 등 불탄 주요 부재를 유형별로 선별해 보존 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

숭례문 2층 서남쪽 누각의 처마 밑에 당당히 버티고 있었던 이 공포 부재는 겉면이 숯덩이처럼 변했고 부재와 부재를 이은 부분이 헐거워 보였다. 보존 처리 덕분에 이리저리 갈라진 균열까지 생생하게 남아 화재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윤한정 사무관은 “불에 타고도 이처럼 잘 남아 있는 부재가 드물어 꼭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추락 위험에도 불구하고 크레인을 이용해 공포 부재를 통째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보존 처리된 주요 부재는 특수 제작된 운반용 맞춤 상자에 실려 경복궁으로 옮겨진다. 문화재청은 부재를 상자에 고정하고 솜을 채워 넣는 등 유물 포장과 운반에 맞먹는 수준으로 다룰 생각이다. 숭례문 현장에서 수습된 모든 부재에 전자 태그를 붙여 부재 이름, 원래 위치, 수습 일자 등을 바코드화해 컴퓨터 시스템으로 통제할 계획이다.

경복궁으로 옮겨진 모든 부재는 1년간 정밀 진단을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부재와 폐기용 부재로 분류된다. 전시용 부재는 다시 한 번 정밀 보존 처리를 받는다.

이 기간에 문화재청은 화재 현장에서 불탄 숭례문을 정밀 실측하고 목재 상태를 평가해 재활용 목재를 선별한다. 본격적인 복원작업은 내년 5월경 시작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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