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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3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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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만들어 2006년 2월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 ‘문화재 화재 위기대응 현장조치 매뉴얼’에 나와 있는 화재 발생 때의 행동 요령이다.
52쪽 분량의 이 매뉴얼은 2005년 강원 양양군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 방재대책으로 마련된 ‘문화재 재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의 일부로 ‘중요 건조물문화재 화재 예방’, ‘화재 발생시 행동요령 및 문화재소산’, ‘화재 피해 복구’ 등의 지침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매뉴얼에 적혀 있는 초기 소화 활동 내용은 ‘안전핀 링을 잡아 빼고, 노즐을 잡아 화점을 향한다’는 식으로 소화기와 옥외 사용전의 사용 방법을 일러줄 뿐이다.
‘건조물문화재는 화재에 매우 취약한 목조 건축물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목조 건축물에 큰불이 났을 때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
단지 건축물 안에 있는 중요문화재를 위한 대피시설을 확보하고, 어떤 순서로 옮길지에 관한 ‘소산대책’만 담겨 있다.
11일 숭례문 화재 현장을 방문한 문화재청 이성원 차장도 이 매뉴얼이 화재 초기 대응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매뉴얼이 이처럼 무용지물이 된 것은 소방전문가가 아닌 문화재청 공무원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이 매뉴얼을 관리하는 문화재안전국 직원 9명 중 소방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뉴얼 부록에 실린 비상연락망은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연락망 중 행정자치부 장관이 맡도록 돼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에는 2006년 3월 퇴임한 오영교 전 장관의 이름이 여전히 적혀 있다.
한편 이 매뉴얼은 현지 실정에 대한 파악도 부족해 전국 234개 지자체는 매뉴얼을 아예 보지도 않고 있다.
단적인 예로 매뉴얼은 문화재 화재 예방을 위해 문화재소유자 및 관리단체 등이 자체 소방대를 조직해 소방훈련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자치단체는 전무하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