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60년대 ‘트위기-윤복희風’의 귀환…패션은 돌고 또 돈다

  • 입력 2007년 3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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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클럽이 1960년대 모습을 재현했다. 도우미들은 당시 유행한 빨강 파랑 주황의 비닐(PVC) 미니원피스를 입고 손님을 맞았다.

하이라이트는 60년대 미니스커트 돌풍을 일으킨 가수 윤복희의 공연. 뒤이어 신세대 가수 바다가 영화 ‘드림걸즈’의 비욘세처럼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해 60년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원래 패션은 돌고 돈다. 디자이너들은 끊임없이 과거에서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60년대와 80년대 사랑은 유독 특별하다. 두 시대는 모두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개성과 파격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때다. 그래서 60년대의 아이콘인 영국 모델 트위기와 80년대의 대표주자 마돈나는 매년 번갈아가며 주가를 올린다.

작년이 마돈나의 해였다면 올해는 트위기의 해. 한국으로 따지자면 40년 전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킨 윤복희의 해이기도 하다. 60년대 복고풍이 올해의 패션계를 지배할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패션의 혁명-미니스커트

60년대 스타일은 미니스커트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현대 패션디자인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옷인 미니스커트가 영국 디자이너 메리 콴트에 의해 1964년 탄생했기 때문이다.

콴트는 1950년대부터 짧은 드레스를 선보였지만 사람들은 어린이 옷인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패션잡지 ‘보그’가 현대 여성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으로 소개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윤복희가 1967년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해 큰 화제가 됐다.

2007년엔 미니원피스가 최신 트렌드로 돌아왔다. 깡마른 몸매에 얼핏 보면 ‘쌀부대 자루(?)’를 씌운 듯한 스타일이다. 몸매의 굴곡이 보이지 않는 직선 형태의 일자나 A라인으로 돼 있다. 이 같은 일자 미니원피스는 지나치게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기존 패션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반기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는 또 상의가 조금 길어진 것인지, 하의가 짧아진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짧은 ‘초미니’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팩토리 걸’의 시에나 밀러 스타일을 참조하면 답이 보인다.

팩토리 걸은 60년대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모델 에디 세즈윅의 사랑을 다룬 영화. 당대 스타일 아이콘이었던 세즈윅 역을 맡은 시에나 밀러는 도전적이면서 세련된 60년대 룩을 선보였다.

○ 우주시대-미래주의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올봄 ‘반짝이’ 얘기는 귀가 아프도록 들어봤을 것. 에나멜 소재 가방과 신발도 반짝, 보석이 박힌 스커트도 반짝, 달랑거리는 실버 귀걸이도 반짝….

일명 ‘반짝이 패션’은 ‘미래주의(퓨처리즘·futurism)’와 관련이 있다. 재미있게도 올봄을 장악한 미래주의는 사실 과거에서 왔다. 바로 1960년대다.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자 전 세계는 우주로 눈을 돌렸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절정에 달했다.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디자이너들이 우주라는 새로운 소재를 놓칠 리 만무했다. 앙드레 쿠레주, 피에르 가르뎅 등은 우주복에서 영감을 얻어 PVC를 옷의 소재로 쓰기 시작했다. 금속과 유리처럼 미래전사를 연상시키는 느낌의 소재들도 인기를 얻었다.

그렇다고 해서 2007년의 당신이 미래전사로 변신할 수는 없는 노릇. PVC 가방이나 신발, 은빛 원피스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좋다.

○ 비틀스, 앤디 워홀, 트위기

비틀스와 앤디 워홀, 트위기는 60년대의 문화와 패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먼저 비틀스. 비틀스가 음악 역사에만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보브 헤어’(일명 바가지 머리)는 60년대 스타일의 포인트다.

Y&Kei는 2007년 봄여름 뉴욕 컬렉션에서 모든 모델을 보브 헤어로 꾸며 복고풍과 미래적인 낭만주의를 조화시켰다. 그러나 요즘 헤어스타일은 자연스러운 게 유행이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보브 헤어는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 소년 같으면서도 여성스럽게 연출하는 게 좋다.

60년대 영국과 미국을 강타했던 ‘팝 아트’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앤디 워홀은 지금도 국내에서 전시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팝 아트는 패션과 만나 옷에 다양한 프린트와 캐릭터를 남겼다. 소니아 리키엘이 최근 컬렉션에서 보여 준 장난스러운 프린트를 떠올리면 된다.

모델 트위기는 오늘날 논란이 되고 있는 깡마른 몸매의 원조 같은 존재다. 10대에 등장해 소년 같은 깡마른 몸매로 중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마른 덕분에 미니원피스에 굽이 낮은 플랫 슈즈가 눈물나게 잘 어울리는 행운의 스타일 아이콘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가족과 함께 푸는 네모로직]3월 10일자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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