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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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정운영 지음/317쪽·1만2000원·웅진지식하우스

“그런 점에서 나는 여전히 분배론자이며 그래서 전하고 싶다. 성장을 통해서는 분배의 공정성을 도모할 수 있지만 공정한 분배로는 성장을 기약하지 못한다는 말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좌파 경제평론가였던 고 정운영 씨는 스스로 자신의 이 같은 주장을 “‘꼴보수’의 복사판”이라고 불렀다.

이 책은 대학교수와 논설위원을 지낸 그의 아홉 번째이자 마지막 칼럼집. 미국의 좌파경제사학자 로버트 하일브로너를 연상시킬 만큼 해박한 지식과 해학과 기지가 넘치는 필력으로 시장경제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해 왔던 그가 강의시간에 즐겨 말했던 구절을 제목으로 뽑았다.

평생 ‘따뜻한 경제학’을 꿈꿨던 그였지만 진보세력의 집권이 이뤄진 말년에는 ‘따뜻한’보다는 ‘경제학’에 방점을 찍었다. 분배가 중요하지만 성장이 분배에 선행해야 하는 법이고, 세계화의 노도에는 ‘늦게 갈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또 쌀에도 예외 없는 세계화가 적용돼야 하고, 한국 노사문화의 절반의 책임은 노조에 있다며. 보수의 보수(補修)와 함께 진보의 해방을 요구했던 그의 균형 감각이 새삼 그립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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