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85>瑕不掩瑜

  • 입력 2006년 7월 3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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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단점이 있다고 하지만 장점이 훌륭하면 우리는 장점을 인정하고 이를 배워야 한다. 이런 경우에 ‘瑕不掩瑜(하불엄유)’라는 말을 쓴다.

‘瑕’는 ‘옥의 티, 옥의 흠’이라는 뜻이고, ‘不’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掩’은 ‘수(손 수)’와 ‘奄(엄)’이 합쳐진 글자이다. ‘奄’은 ‘가리다, 숨기다’라는 뜻인데, 이 글자와 합쳐진 한자는 거의 모두 ‘가리다, 숨기다’라는 의미와 관련이 있다.

‘수(물 수)’와 합쳐진 ‘淹(엄)’은 ‘물로 가리어진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홍수가 나서 물건을 잠기게 하다, 물에 적시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日(해 일)’과 합쳐진 ‘((암)’은 ‘해가 가리어진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어둡다, 구름이 끼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門(문 문)’과 합쳐진 ‘엄(엄)’은 ‘문을 가리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이 글자는 ‘궁문(宮門)을 열고 닫는 하인, 내시, 환관’을 의미한다.

‘초(풀 초)’와 합쳐진 ‘菴(암)’은 ‘풀로 가리어진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깊은 산속에 있는 암자’를 의미한다. ‘엄(집 엄)’과 합쳐진 ‘庵(암)’은 ‘가리어진 집’을 나타낸다. 따라서 ‘암자, 초막’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掩’은 ‘손으로 가리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손으로 가리다, 손으로 숨기다’와 같은 뜻을 갖는다. ‘瑜’는 ‘아름다운 옥, 옥의 광채’라는 뜻이다. ‘瑕不掩瑜’는 ‘옥에 티가 옥의 광채를 가리지 못한다’라는 말이 된다.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왜냐하면 티가 없는 옥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찾을 때도, 사람을 평가할 때도 이와 같다. 사람을 찾으면서도 상대의 티만 보면, 그의 광채를 보지 못하고, 사람을 평가할 때도 상대의 티만 보면, 그 사람의 광채를 보지 못한다. 역사도 이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 시대의 티만 보면 시대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없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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