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달콤, 살벌한 연인’ vs ‘연리지’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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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최근 잇달아 개봉된 로맨틱코미디 ‘달콤, 살벌한 연인’(6일 개봉)과 멜로드라마 ‘연리지’(13일 개봉)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 준다. 두 한국영화는 모두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서로 상반된 문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달콤…’이 구체성과 리얼리티로 무장했다면, ‘연리지’는 시적(詩的) 문학성과 판타지를 유전자처럼 지니고 있다. 이들 두 영화가 노렸던 젊은 층 관객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 차이점1: 구체성 vs. 낭만성

‘달콤…’은 구체적인 대사들을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조목조목 나열하는 ‘말장난’이 핵심. 대사 속 단어 하나하나는 뇌를 콕콕 찌르듯이 세심하게 제시된다. 재밌지만 피곤하다. 반면 ‘연리지’는 물이 흐르듯 대사들을 공기 중에 띄운다. 낭만적이고 신파적인 단어가 핵심. 단어들은 뭉뚱그려져서 꿈처럼 흘러간다. 아름답지만 졸린다. <#장면1>

○ 차이점2: 직설법 vs. 내숭

‘달콤…’은 에둘러 가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인 장면과 대사로 정곡을 찌른다. 반면 ‘연리지’는 노골적으로 말하는 법이 없다. 내숭 섞인 장면과 대사로 관객을 감싼다. 대척점에 있는 두 영화의 경향은 특히 주인공들의 키스 신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장면2>

○ 차이점3: 순간 vs. 영원

‘달콤…’과 ‘연리지’는 각각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병처럼 번진 인터넷 문화와 휴대전화 동영상을 결정적인 순간 등장시킨다. 타깃 관객층의 관심사를 콘텐츠로 다루는 전략이다. ‘달콤…’이 순간적인 위트를 위해 인터넷 문화를 재치 있게 끌어들이는 반면, ‘연리지’는 휴대전화 동영상을 통해 마치 시간이 영원히 정지된 듯한 판타지를 만들어 낸다. <#장면3>

○ 에필로그

‘달콤…’은 ‘대박’ 났다. 9억 원이라는 낮은 제작비에다 박용우 최강희라는 비교적 지명도가 낮은 배우들을 기용한 이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 가’임에도 25일까지 전국 185만 명이 관람했다. 반면 ‘연리지’는 참패했다. 한류 스타 최지우와 조한선을 캐스팅한 이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 가’라는 좋은 조건에도 관객 공식집계를 발표하기 어려울 만큼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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