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외국인 초대 상차림 어떻게…코스식단 짜볼까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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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한영실 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재외공관장 부인들과 음식을 만들면서 외국인 손님 초대에 얽힌 경험담을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한영실 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재외공관장 부인들과 음식을 만들면서 외국인 손님 초대에 얽힌 경험담을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외국에 나가 살면서 외국인을 초대해 우리 음식을 대접하려고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재료를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에요. 아무래도 음식 맛이 제대로 안 나거든요. 우리나라와 교류가 적은 나라일수록 국산 간장이나 젓갈 등은 구하기가 더 어렵죠.”(포르투갈 대사 부인 하양신 씨)

16, 17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권인혁) 주최로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부인 대상 한국음식문화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그간 겪었던 외국인 손님 초대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브라질 대사 내정자 부인 엄규숙 씨는 “배추처럼 우리 음식에 흔히 사용되는 야채들을 현지의 어떤 야채로 대체할 수 있을지 부임지를 옮길 때마다 고민”이라고 전했다.

○ 부산 APEC 순우리식 겨울만찬 참고할 만

APEC 상차림

대표적인 한국 음식인 김치는 냄새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외국인이 있다고 토로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과테말라 대사 부인 주미영 씨는 “김치를 손님 식탁에 올릴 때는 손님이 괜찮아하는지 신경을 써야 한다”며 “김치를 담글 때에도 마늘을 국내에서 사용하던 양의 절반 정도만 넣는다”고 나름대로의 비법을 소개했다.

굳이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 부인이 아니더라도 무역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외국생활을 하면서 외국인을 집에 초대하는 경우가 많다. 또 국내 가정에서도 외국인을 초대하는 일이 적지 않은 요즘 외국인 초대 상차림에 대해 어떤 음식을 내놓을지, 어떻게 상을 차릴지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순 우리식 만찬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한영실 한국음식연구원장은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APEC 겨울만찬 메뉴를 모범 식단으로 제시했다.

APEC 정상회의 식단은 서양의 코스 요리와 비슷하게 전채 요리-주 요리-진지-후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채 요리는 수삼샐러드 밤죽 백김치로 구성되며 자연송이와 너비아니, 대하찜이 주 요리를 이루고 진지는 신선로 영양밥, 임자수탕과 함께 오이갑장과, 삼색북어보푸라기, 감자나물, 장조림, 다시마부각, 김치가 기본 찬으로 곁들여진다. 후식은 과일 삼색경단, 인삼차, 유자화채로 구성된 정중한 인상의 코스 요리.

한 원장은 이날 강의를 통해 외국인을 초대해 우리 음식을 내놓을 때에 먼저 “우리 음식에 당당하라”고 조언했다.

외국인이 우리 음식의 독특한 냄새와 매운맛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까 싶어 서양 요리와 합쳐 지나치게 ‘퓨전화’하기도 하는데 한국 가정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한국 음식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주 맵고 짠 음식이 아니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 우리 음식에 당당하라… 지나친 퓨전화 피해야

한 원장은 이와 함께 “맛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곁들여질 때 더욱 인상적으로 오래 남는다”며 테이블 세팅에서도 ‘혀의 미각에 눈의 미감’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계절별 한식 테이블 세팅을 제안했다.

우리 그릇과 장식의 특성을 살린 한 원장의 한식 테이블 세팅은 여름용은 백자그릇과 은수저를 사용하고 청자접시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겨울용은 청자그릇 세트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유기그릇, 유기수저로 변화를 주었다. 봄가을용 상차림에도 한국적인 도자기 그릇과 꽃 등 계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식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냅킨이나 테이블보 역시 여름용은 매듭장식, 겨울용은 칠보장식 등으로 질감과 색감을 활용해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들.

한 원장은 “이런 식탁 장식들은 비싼 것들이 아니라 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천과 장식을 사서 직접 만든 것”이라며 “외국인 초대 손님에게 선물로 활용해도 훌륭한 소품”이라고 말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전문가 조언…떡은 한입에 먹을 크기로

▽맛도 균형이 중요하다

식단을 짤 때 도전적인 맛, 편안한 맛, 중간 정도의 맛을 3 대 3 대 4의 비율로 구성하면 처음 한국 음식에 도전하는 사람도 무리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은근하게 도전하라

된장 맛도 모르는 사람이 처음부터 청국장을 접하는 것은 무리이다. 냄새가 독특한 된장은 된장을 양념 삼아 넣은 음식부터, 매운맛도 순한 매운맛부터 선보이도록 한다.

▽크기도 조절하라

큰 녹두빈대떡이나 뼈가 붙은 갈비찜 덩어리 등은 보기만 해도 먹기 부담스럽다. 약과도 한입 크기의 꽃약과, 생각보다 외국인이 즐기지 않는 떡도 가능하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것을 내놓도록 한다.

▽식으면 맛이 떨어지는 불고기나 갈비가 고민거리다

가장 늦게 조리하거나 워머에 올려 내놓는다.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 고기만 따로 구워 내도 된다.

▽음식은 음식답게 내놓아라

묶고 자르고 손은 많이 가면서 접시에 두세 쪽 달랑 놓이는 음식은 보기에는 예쁠지 모르지만 먹을 게 없다. 우리 음식에 흔히 장식용으로 사용되는 실고추도 자칫 이 사이에 끼기 십상이다. 실고추보다는 붉은색 파프리카를 활용한다.

▽금기시하는 것은 존중한다

이슬람권에는 돼지고기가 금기시된다. 고기나 생선 요리의 냄새를 없앨 때 조리용 술을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다.

▽의외의 구멍도 있다

유럽 등지에서 별로 먹지 않는 어란이 중동지역에서는 즐기는 음식이다. 또 깨는 어느 나라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즐기지 않는 곳이 없으므로 우리 음식에 깨의 고소한 맛을 충분히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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