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크엔드]“아듀 2005” 휘황찬란 뉴욕의 밤

  • 입력 2005년 12월 3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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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투어 상품 중에는 2시간 동안 5번가 쇼핑 지역을 지나며 백화점과 매장의 연말 윈도 디스플레이를 보는 패키지가 있을 정도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5시경 삭스 피프스 애비뉴와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이 있는 5번가 도로는 매장 장식을 보려는 운전자들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기도 한다.

메이시스, 삭스 피프스 애비뉴 등 여러 백화점 중에서 올해 윈도 디스플레이로 극찬을 받은 곳은 버그도프 굿 맨. 이 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노래들의 재해석을 주제로 한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이곳 앞은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윈도 디스플레이는 보통 매장을 닫은 뒤 작업하지만,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은 윈도 디스플레이 작업을 낮 시간에 해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백화점들이 연말 장식에 들이는 비용도 엄청나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 백화점의 외벽을 장식한 50개의 거대 눈 장식은 제작에만 5000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약 2438m의 철근 약 3962m의 케이블이 사용됐다. 이 장식은 1920년대 윌리암 벤틀리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윈도 디스플레이 오픈 당일에는 재클린 케네디 발레스쿨 학생들이 ‘호두까기 인형’ 중 ‘눈의 나라’ 공연을 도로에서 펼쳐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20블록을 걸으며 5번가의 몽환적인 장식을 구경했다는 여성 케이트 로더(51) 씨는 “어릴 때 보던 동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라며 “아티스트들이 공들여 마련한 작품을 보는 게 즐겁긴 하지만 이를 보기 위해 약 100달러의 티켓을 사야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일부 백화점들이 유료로 디스플레이 행사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이 시즌 뉴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다. 8km가 넘는 길이의 전등과 꼭대기의 별로 장식되는 록펠러 센터의 트리에 사용되는 나무는 노르웨이산 전나무로, 높이가 23∼27m에 이른다.

노르웨이산 전나무는 이만큼 자라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의 정원에서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나무가 사용된다. 록펠러 센터의 성탄 트리로 선정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료로 기증한다. 이 트리는 나중에 보이스카우트 시설에 기증되며 나뭇가지의 무게만 3t에 이른다.

연말에 록펠러 센터를 떠올리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영화에 등장하는 록펠러 아이스링크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경쟁자가 나타났다. 타임스스퀘어 인근에 있는 브라이언 파크의 푸른 초원이 이번 겨울에는 아이스 스케이팅 링크로 둔갑해 뉴요커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믹 위드릭(29·금융업) 씨는 “봄과 가을에는 브라이언 파크에서 점심을 먹고 밤에 영화를 관람하는 이벤트를 즐겼는데, 이번 겨울에는 근사한 놀이 시설이 하나 생겼다”며 “점심 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와 30분가량 아이스 스케이팅을 즐겼다”고 말했다.

연말 브라이언 파크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장인들의 상점 120여 개가 문을 연다. 이곳에서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리공예 제품이나 러시아에서 온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백화점이나 매장에서만 화려한 조명 장식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뉴욕 브루클린의 주택가인 다이커 하이츠는 집 건물의 화려한 연말 장식으로 유명하다. 이곳 주민들은 전문 디스플레이어를 고용해 유명 매장들에 뒤지지 않는 장식을 선보인다. 비용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는다.

텍사스에서 관광온 로버트 셔얼우드(38·자영업) 씨는 “다이커 하이츠 주택들의 화려한 연말 장식을 TV에서 본 적이 있어 구경왔다”며 “몰려든 인파로 교통이 마비돼 경찰까지 동원됐다”고 말했다.

뉴욕=최영은 통신원 blurch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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