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입양의 벽’사랑으로 허물어요…‘고슴도치 아이

  • 입력 2005년 12월 24일 03시 02분


코멘트
고슴도치 아이가 엄마 아빠를 만난 지 1년쯤 된 겨울 어느 날. 처음에는 온몸이 가시투성이였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가시가 많이 없어졌다. 사진 제공 보림
고슴도치 아이가 엄마 아빠를 만난 지 1년쯤 된 겨울 어느 날. 처음에는 온몸이 가시투성이였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가시가 많이 없어졌다. 사진 제공 보림
◇ 고슴도치 아이/카타지나 코토프스카 글, 그림·최성은 옮김/39쪽·8000원·보림(4∼7세)

탤런트 차인표 신애라 씨 부부는 최근 여자아기를 입양했다. 입양 동기에 대해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눠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아이가 갖고 싶은 부부가 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아는 할머니’가 왜 아이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부부는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고 보살필 대상이 필요하거든요”라고 답했다. 부부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만났다.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잔뜩 돋은 아이였다.

이 책에는 ‘입양’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다른 엄마가 대신 낳아 준 우리 아이를 찾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따뜻한 표현이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아이를 찾아오기까지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부부가 아이를 만나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1년. 그동안 부부는 자신들의 간절한 마음뿐만 아니라 어딘가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의 마음도 헤아리게 된다.

부부는 보통 사람이어서 처음 만난 아이한테 실망하기도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할지 망설이기도 한다. 동화는 부드러운 문체와 쉽게 이해할 만한 비유로 쓰였지만, 이렇게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입양이 그 즉시로 행복하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준다.

입양 부모와 아이가 단숨에 마음을 열기는 어렵다. 사랑을 한꺼번에 쏟아 붓기보다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저자는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가는 과정을 고슴도치 아이의 몸에서 가시가 떨어져 나가는 것에 비유한다. 조금씩 웃게 된 아이에게 엄마가 용기를 내 “우리 아들!”이라고 부르자 아이 몸에서 가시 몇 개가 떨어진다. “(가시가 있는) 이대로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아기”라고 하자 또 몇 개가 떨어진다. “고맙게도 다른 엄마가 대신 낳아 주셔서 덕분에 네가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단다”면서 아이에게 정말 사랑한다고 말해 줬을 때 아이 몸에서 가시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저자도 아들을 입양했다. 아들한테 읽어 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밝힌다.

이 책은 읽는 아이는 물론 부모들로 하여금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가족이란 같은 핏줄로 묶인 사람들만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으로 맺어진 공동체를 포함한다는 것, 세상에는 똑같은 모습의 가족만 있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모양의 가족도 있으며 모두 소중하고 의미 있는 울타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