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 Japan!]자욱한 온천수증기, 찌든 일상 저멀리…오이타 현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1분


코멘트
‘일본의 보존해야 할 풍경 100선’에 든 벳푸온천타운의 온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간나와 온천지구의 풍경이다. 사진 제공 오이타 현
‘일본의 보존해야 할 풍경 100선’에 든 벳푸온천타운의 온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간나와 온천지구의 풍경이다. 사진 제공 오이타 현
겨울이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찬바람과 건조해진 공기 탓에 따뜻한 온천이 간절해진다. 온천 하면 규슈의 오이타 현이 떠오른다. 일본 최대의 온천타운 벳푸와 최고급 온천휴양지 유후인이 있기 때문. 지난 한 해 오이타 현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1년 만에 19% 증가한 15만6000여 명. 한국에서 온천관광 1번지로 자리매김한 오이타로 온천여행을 떠나 보자.

○일본 제일의 온천타운 벳푸 시

쓰루미 산(1375m)을 병풍삼아 벳푸 만의 동그란 해안에 깃든 벳푸 시. 유황 냄새 풍기는 하얀 수증기가 도시 안 곳곳에서 하늘로 피어오른다. 무려 2800여 개의 온천공에서 쉼없이 용출되는 온천수. 일본 최대다.

벳푸의 명물이라면 ‘지옥 순례’라는 열개의 열탕 투어. ‘지옥’이란 지하에서 용출하는 100도 가까운 열탕과 증기가 피어오르는 연못을 말한다. 잿빛 진흙으로 가득 찬 늪의 표면에서 쉼 없이 공기방울이 터지는 오니시보즈(鬼石坊主)지옥, 파란 물빛의 열탕연못에서 수증기가 분출하는 우미(海)지옥 등 지옥탕은 모두 10개. 8개는 걸어서 6∼8분 거리, 2개는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공통입장권(2000엔)을 구입하면 경제적이다.

또 하나 명소라면 벳푸만이 조망되는 전망 좋은 산 중턱의 온천호텔 스기노이. 온천호텔 규모 상 일본 최대로 대욕장은 1000평이나 된다. 노천탕에서는 벳푸 시내와 벳푸 만 건너 해안의 오이타 시가 보인다. 투숙객이 아니라도 입장료(2000엔)를 내면 이용할 수 있다. 호텔에서 해안도로로 20분만 나가면 우미타마고 수족관(2000엔)이 있다. 거기서 다리를 건너면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 야생원숭이 2000여 마리가 그룹별로 집단생활을 하는데 관광객들과 원숭이가 한데 어울려 서로 구경한다.


○낭만이 숨쉬는 고급 온천휴양지 유후인

벳푸 뒷산을 넘어 차로 40여 분 달리면 일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온천마을 유후인에 도착한다. 유후인은 해발 1584m의 유후다케(由布岳)와 연봉에 둘러싸인 분지. 덕분에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일교차가 큰 이곳의 연못 긴린코에서는 매일 아침에 안개가 피어나 마을 전체를 감싼다. 이런 자연을 마을사람들은 잘 보존해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문화예술이 한데 어울리는 풍치 있는 마을로 키워냈다.

유후인 철도역은 대표적인 실례다. 이 역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대합실 대신 미술관이 승객을 맞는다. 역전의 거리와 주택가 골목은 예스럽게 다듬어져 마을 전체로 흐르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리드한다. 옛 건물을 헐지 않고 실내만 보수해 사용한 덕분이다. 새 건물도 있지만 5층 이상은 없다. 이것도 마을 전체 모습을 해치지 않기 위한 조치다. 환락가나 리조트는 물론 없다. 마을의 품위와 격조는 곳곳에 자리 잡은 100개의 미술관에서 온다. 칸딘스키 등 유명작가의 현대미술품까지 망라된 다양한 컬렉션으로 미술관투어도 인기다. 최근에는 NHK 아침 드라마 ‘바람의 하루까’(風のハルカ) 무대로도 등장했다.

인구는 1만2000여 명. 반면에 방문객은 연간 400만 명을 넘긴다. 산 너머 벳푸와도 사뭇 다르다. 관광지 특유의 흥청거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덕분에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 층과 가족 여행객이 많다. 유후인은 걸어서 한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다. 역사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다. 대부분 상점은 JR유후인 역에서 긴리코 호수로 가는 도로 주변에 있다. 다양한 공방, 잡화점, 개성 있는 음식점과 카페 등등. ‘B-speak’(빵집)은 주말마다 수십 m씩 줄을 설 만큼 인기 있는 곳.

일본에서 가장 아늑한 온천마을로 이름난 유후인의 명소 긴린코. 조성하 기자

○골프천국 오이타 현

오이타 현에는 26개의 골프장이 있다. 위도 상 제주도 아래여서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겨울철에 한국 골퍼에게 더 인기다. 어느 골프장이든 온천을 끼고 있어 라운딩 후 온천욕을 즐긴다. 인기 있는 곳은 △오이타 도큐CC(18홀) △서니힐CC(18홀) △오이타 후지미CC(18홀) △BFR CC(18홀)등. 이중 BFR CC는 바닷가에 있어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벳푸 골프클럽(36홀)은 오래된 명문 코스.

벳푸 유후인=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 여행정보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한국사무소(한글)=www.welcometojapan.or.kr 02-777-8542.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프레지던트호텔(백남빌딩) 2층으로 이전했다.

△공항 리무진 버스=오이타 국제공항과 벳푸의 주요 호텔을 오가는 대한항공의 리무진 버스가 최근 운행을 시작했다. 3월 말까지 수 금 일요일의 대한항공기 발착시간에 맞춰 운행. 요금은 1000엔(편도). 공항∼벳푸 일반버스 요금보다 저렴하다.

▼오이타 현서 세계 관광학생 서밋…‘지속 가능한 관광’ 주제토론 후끈▼

지난 100년간 규슈관광의 견인차였던 오이타 현. 올해는 ‘2005 세계 관광학생 서밋’이라는 관광진흥 이벤트를 펼쳐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주었다.

8∼15일 오이타 현 일대에서 펼쳐진 이 행사는 관광이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구촌의 상호이해에 얼마큼 기능적인지를 실제로 체험해 보도록 한 이벤트. 오이타 현과 현내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APU), 벳푸 시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 세계 20개국 78개 대학의 관광전공 학생 460여 명과 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가 참가했다.

이들은 각자 선택한 루트로 오이타 현을 여행한 뒤 오이타 시에 모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관광이 문화가 다른 사람들 간의 이해를 돕는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관광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토론했다. 마지막 날에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참석해 연설을 했다.

오이타=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